설 연휴 영상통화 지원…비용은 100% 이통사 부담
직접 규제기관인 과기정통부 눈치에 ‘울며 겨자먹기’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이익공유제의 불똥이 이동통신사로 튄 모양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이통 3사와 설 연휴 기간 영상통화를 무료로 지원하는 내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신 지원책을 발표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과 온라인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설 명절 무료 영상통화 지원(랜선 귀향 및 온택트 세배) ▲저소득층 학생 교육용 데이터요금 지원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데이터 제공 확대 ▲이동전화 요금 연체로 인한 이용중지 유예 ▲고령층 통신 이용편의 제고 및 장애인 요금제 개선 ▲이동전화 월 25% 요금할인 이용 활성화 등이 지원책에 담겼다.
당장 영상통화 무료 지원 등의 경우 정부 예산이 아닌 100% 이통사 재원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사실상 이익공유제에 가깝다는 불만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여당이 강행중인 이익공유제에 맞춰 과기정통부가 발빠르게 액션에 나선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특수를 누린 업종이 일부 이익을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쪽을 돕자는 게 골자다.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으니 이를 해소해 사회·경제적 통합을 이루자는 취지다.
20대 국회에서 ‘반(反)시장법’이란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21대에서 조정식·정태호 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여당은 이익공유제 적용 업종 등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보기술(IT) 및 플랫폼 대기업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통신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익공유제 이전에도 통신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에 속하는 탓에 이통사들은 매 사업마다 직접 규제기관인 과기정통부의 눈치를 보고 있으며 쉽게 뜻을 거스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벌어진 정부와 이통 3사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 줄다리기는 양측 간 ‘1조6000억원’ 괴리를 좁히지 못한 채 정부의 뜻대로 결론이 난 바 있다.
당초 통신업계는 1조6000억원을 적정 대가로 제시했으나 정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5년 기준 이통 3사 합산 최소 3조17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이 5G 무선국 의무 구축을 두고 “5G 15만국을 2022년 말까지 2년 만에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사인볼트와 달리기 시합을 시켜 놓고, 늦으면 0.1초마다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게 하는 꼴”이라고 비유하며 호소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익공유제의 첫 시범케이스가 이통사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 차원이나,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워 경영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역시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통신 지원을 시행해야겠다는 의지가 있고, 실제로도 다양한 사회공헌을 활동을 하고 있지만, 특정 이슈마다 정부 주도로 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영상통화 데이터 사용량이 기업 활동에 지장을 줄만큼 많지는 않지만, 설 연휴인 데다 이번 지원책 발표로 기존 대비 급증할 수 있어 얼만큼의 비용이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