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즌마다 완결성 떨어져
"억지스러운 시즌제, 드라마 다양성 저해"
국내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최초로 시작된 건 2005년 ‘안녕, 프란체스카’(MBC)다. 이후 2007년 ‘막돼먹은 영애씨’(tvN)가 방영되면서 본격적인 시즌제 드라마가 제작됐다. 현재까지 ‘보이스’(OCN) ‘신의 퀴즈’(OCN) ‘동네변호사 조들호’(KBS2) ‘추리의 여왕’(KBS2) 등 많은 드라마가 시즌제로 만들어졌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이미 시즌제 드라마가 자리를 잡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반면 국내에선 드라마가 성공하고 나서야 시즌제를 기획하는 식이다. 시즌제가 기획된다는 것은 곧 드라마가 성공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아스달 연대기’ 같이 방영 전 제작 및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드라마가 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시즌을 마무리한 ‘펜트하우스’나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애초에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첫 방송을 시작했다.
오히려 국내의 시스템, 즉 성공 후 다음 시즌을 기획하는 방법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배우들의 이후 스케줄을 장담할 수 없이 때문에 등장인물이 다수 바뀔 수 있고, 캐스팅에 성공하더라도 제작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즌제임에도 주요 등장인물이 바뀌는 이유다.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두고 제작 되었더라도 시즌제 드라마가 반드시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펜트하우스’와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큰 화제성과 별개로 시청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으면서 시즌을 마무리 했다. 사실 ‘마무리’라는 말이 무색하지만 말이다. 당초 국내에도 해외의 시즌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이 도입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선례’는 될 수 있어도, 좋은 선례가 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라면 아무리 다음 시즌이 방영된다 하더라도 각 시즌마다 완결성을 갖추어야 한다. 두 드라마는 ‘시즌 종영’이라고 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시즌이 마무리된 걸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로 끝을 매우 허술하게 매듭지어 놨다. 좋게 포장해서 다음 시즌을 위한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하나의 드라마를 쪼개 일정 시기를 두고 나눠 내보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제작사 입장에서야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어 있고, 제작과정에서 필요한 배우나 감독, 스태프를 다음 시즌을 위해 다시 섭외해야 할 수고를 덜 수 있으니 여러모로 편한 선택이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선 완결이 나지 않은 듯한 드라마를 적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몰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성도 떨어지는 시즌제 드라마의 등장이 반갑지 않은 건 드라마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모든 채널에는 편성표가 존재한다. 그 시간을 따내려고 많은 제작사들이 눈치싸움을 벌인다”면서 “그런데 한 드라마가, 특히 굳이 쪼갤 필요 없어 보이는 드라마를 굳이 시즌제로 나누면서 프라임 시간대를 수개월을 가져가게 되면 작품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