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된 4명 후보 중 '문재인표 검찰개혁' 적임자 고심하는듯
김오수 차기 총장 유력설에 "유력하면 심사숙고할 이유 없다" 반박
차기 검찰총장 후보가 4명으로 좁혀진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후보 1명 제청을 앞두고 신중론을 꺼내들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지난 29일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 등 총 4명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했다.
애초 법조계는 박 장관이 30일 후보군 4명 중 1명을 골라 문재인 대통령에 임명을 제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30일 오전 출근길에서 취재진을 만나 총장 제청과 관련해 "적어도 오늘은 아니다"며 "대통령이 인사권을 잘 행사하실 수 있도록 좀 더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신임 검찰총장 임명 절차를 "전광석화처럼 진행하겠다"고 밝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유력한 후보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탈락하고, 추천된 4명의 후보 중에는 이른바 '문재인표 검찰개혁'에 적합해 보이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 지검장이 탈락하면서 법조계는 가장 유력한 차기 총장 후보로 김 전 차관을 꼽고 있다. 김 전 차관은 호남 출신으로, 차관 재임 기간 박상기·조국·추미애 3명의 법무부 장관과 잇따라 호흡을 맞췄다. 조 전 장관 사퇴로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 '검찰개혁'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등 현 정권과 친화력 및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박 장관은 김 전 차관의 차기 총장 유력설에 대해 "유력하면 심사숙고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우선 김 전 차관은 이 지검장과 마찬가지로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검찰 서면조사를 받았다.
또한 조 전 장관의 취임 당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배제한 독립수사팀을 제안해 후배들의 반발을 샀고, 이는 여전히 검찰 내부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전 차관은 차관 재직 당시 법무부와 대검 사이에 벌어진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고 정부 편에 섰다는 내부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이런 이유들로 인해 검찰 내 리더십 측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이 박 장관의 제청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남관 차장검사 경우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면서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난해 윤 전 총장의 징계 국면에서 추 전 장관에게 "징계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하는 공개 글을 올리며 반기를 들었다.
또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사건'과 관련, 박 장관이 대검 부장 회의에서 재판단해보라는 수사 지휘를 내렸을 때 고검장들을 회의에 참여시켜 결국 관련자들에 대한 불기소 결정을 관철시켰다. 검사 후배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여권의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하는 대목들이다.
박 장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본선 고검장은 인천 출신으로, 지역색이나 정치색이 뚜렷하지 않아 중립적 인사라는 평을 들었지만 윤 전 총장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고검장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배성범 원장은 윤 전 총장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검장으로서 조국 전 장관 가족 비리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총괄해 정권이 선호할 인물은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박 장관은 주말 동안 이같은 사항들을 고려해 내주 중 후보 1명을 선정해 문 대통령에게 제청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면 새 총장은 5월 말쯤부터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