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크래프톤, 국내 게임사 영업익 1·2위
中 로열티 매출이 핵심 캐시카우 역할
연결 고리 없다던 크래프톤, 중국서 텐센트와 거래 관계 명시
올 1분기 국내 게임사 영업이익 1, 2위를 넥슨과 크래프톤이 차지한 가운데 두 게임사 모두 중국 매출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실적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임을 보여주고 있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넥슨은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 4%씩 성장한 9277억원, 4551억원을 달성해 타 게임사들과 수익 규모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중견게임사로 여겨진 크래프톤의 성장이다. 크래프톤은 올 1분기 매출 4610억원, 영업이익 227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 빅3인 엔씨소프트(567억원), 넷마블(542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크래프톤이 대형 게임사들과 견줄만큼 실적이 성장한 것은 2019년 5월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모바일의 중국 버전으로 추정되는 ‘화평정영’을 출시하면서부터다. 화평정영은 현재 중국에서 연 매출 1조원을 거두는 흥행 대박을 터뜨렸고, 크래프톤의 아시아 매출도 급증하면서 총 매출의 89%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크래프톤은 올 1분기 보고서에 ‘텐센트 컴퓨터 시스템 유한공사’와 중국에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또 텐센트로부터 영업수익을 3311억원을 거뒀다고도 밝혔다. 즉, 크래프톤 매출 70% 이상이 텐센트에서 받은 로열티 수익이 차지하고 있고, 로열티 수익 상당수는 '화평정영'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크래프톤은 이에 대해 화평정영과 배그 모바일이 관계가 없는 별개의 게임이며, 텐센트로부터 로열티도 받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텐센트와 밀약을 맺고 배그 지적재산권(IP)를 제공하는 대신 '화평정영'을 출시해 로열티 수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왔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면서 2대 주주(지분율 15.5%)인 텐센트와 거래 관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넥슨 역시 2005년 PC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시작한 뒤 로열티 수익만으로 연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넥슨의 올 1분기 중국 매출은 258억엔(한화 약 26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지만 기존작만으로 전체의 29%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중국은 로열티 수익만으로 상당 규모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시장이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도 중국 진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오랜 기간 판호 발급이 중단되면서 고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중국이 약 4년만에 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외자판호를 발급했지만 여전히 중국 진출은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국내 게임 시장에 다수의 게임을 출시하고 IP를 가져가는 대가로 상당한 수익을 거두면서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게임사들이 북미유럽, 동남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은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시장인 만큼 국내 게임사들이 놓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외교관계 상 앞으로 중국 판호 발급은 물론 로열티 수익을 거두는 형태의 우회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