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보상 원치 않는다…사과만 했더라면 이런 자리 없었을 것"
초등학교 시절 기성용 선수에게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의혹을 폭로해 고소당한 후배가 경찰에 출석해 첫 조사를 받았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오후 2시부터 후배 A씨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A씨는 경찰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폭로 이후 기씨 측에서 사과하겠다며 폭로한 내용이 '오보'라는 기사가 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이 왔다"고 말했다.
이는 기씨가 폭로 내용을 인정하고 과거 있었던 일을 사과하는 대신 지금까지 폭로한 것을 없던 일로 해 달라는 취지라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20여년 전 일을 폭로한 이유에 대해 "배구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을 폭로한 분들이 용기를 낸 것처럼 저희도 용기를 냈다"며 "(기씨가) '진실의 힘을 믿는다'고 한 만큼 누구 이야기가 진실인지 경찰이 공정히 수사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서 폭로한 이후 과정이 이렇게 힘들어질 줄 몰랐다"며 "그 분은 정말로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 건지 궁금하고, 20년 동안 제 친구와 제가 이상한 사람이 돼서 계속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싶기도 해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기씨가 사과만 했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금전적 보상은 전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A씨 등 2명은 지난 2월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지난 2000년 1∼6월 선배인 기씨와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기씨 측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면서 지난 3월 이들을 경찰에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씨는 지난 3월 31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인 자격으로 약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그는 당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증명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수사기관에서 철저히 조사해 주실 거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