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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끝나면 구직자 신세"...게임업계 '고용불안' 관행 다시 수면위


입력 2021.06.08 06:03 수정 2021.06.08 10:46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프로젝트 종료·드랍 경우 전환배치 팀 이동...구직절차 직접 나서야

업무배치 탈락 시 '권고사직'도 많아...노조 시위 등 '고용불안' 관행 지적 커져

"빠른 전환배치 돕는 게임사 인력구조 강화해야"


주요 게임사 평균 근속연수 현황.ⓒ각 사 1분기 분기보고서

게임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고용불안 문제가 최근 넥슨 노조 시위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게임업계에는 게임 프로젝트 종료 후 장기간 전환배치가 이뤄지지 않거나 내부 채용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권고사직'을 권하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이뤄져왔는데, 이같은 고용불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게임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요 게임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엔씨소프트 5.5년 ▲웹젠 5.5년 ▲네오위즈 4.7년 ▲넷마블 4.4년 등 순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게임사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4년에 미치지 못했다.


이어 ▲NHN 3.7년 ▲컴투스 3년10개월 ▲게임빌 3년6개월 ▲선데이토즈 3년6개월 ▲카카오게임즈 3.4년 등 순이었다. ▲위메이드 2.9년 ▲펄어비스 2년5개월 ▲크래프톤 1.2년 등은 평균 근속연수가 1~2년 수준에 그쳤다.


게임업계 평균 근속연수는 게임사별로 본사 내에 개발 스튜디오를 두거나 따로 개발 자회사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또 게임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창업으로 빠지는 등 이직이 잦다는 특징이 있다.


 전환배치 탈락하면 '권고사직' 권유도…그래픽 개발자·게임 기획 직군 이직 어려움 커
경기도 성남시 판교 넥슨 사옥 전경.ⓒ넥슨

이같은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게임업계의 오랜 시간 자리 잡아온 ‘고용불안’ 관행이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게임사는 게임 개발을 위해 구성했던 프로젝트가 종료되거나 중간에 드랍(개발포기)되는 경우, 전환배치 팀에 배치시키고 있다.


문제는 전환배치 팀에 이동된 다음이다. 정규직으로 입사하더라도 타 프로젝트 팀에 배치되기 위해 다시 채용면접을 봐야하는 구직자 신세가 되고, 특정 직군의 경우 채용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일정기간 이상 내에 전환배치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사직을 종용받는 경우가 아직까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업무 재배치 문제는 최근 넥슨 노조가 시위에 나서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는 1년 이상 전환 배치를 기다린 직원 16명에게 지난달 말 3개월 대기 발령 명령을 내리고 임금 25% 삭감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넥슨은 대기 발령 대상자들에게 1년이 넘도록 다른 업무에 지원할 기회를 줬으며, 3개월간 대기발령 후 200만원의 외부 교육 수강을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당사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 조치라며 집행부를 중심으로 회사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타 게임사의 경우 프로젝트 종료 후 3개월 내에 전환배치가 이뤄지지 못하면 권고사직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한 경우 당일에 통보받기도 한다"며 "문제는 오랜 관행으로 직원들조차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이제 대기업이 된 만큼 전환배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권고사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 인력관리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업계 노무 이슈에 게임업계 노사 문제 격화 조짐... "체계적인 '인력관리' 갖춰야" 지적 커져

이같은 게임업계의 고용 관행은 넥슨 뿐만 아니라 앞서 타 게임사도 노조 설립 등을 통해 문제 제기에 나서는 등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뚜렷한 해결책 제시가 되지 않고 있다.


이번 넥슨 노조 시위와 더불어 앞서 지난 4월 웹젠이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에 이어 4번째 노조를 설립하는 등 게임업계도 점차 노조 설립이 늘고 있지만, 이직이 잦고 인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임업계에서 쉽사리 문제 지적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번 넥슨 노조 이슈가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이 IT업계의 부조리한 노동 관행이 이슈화되면서 게임업계의 고용불안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넥슨은 노조 때문에 R팀 유예기간이라도 두지 다른 곳은 프로젝트 터지면 바로 권고사직이다", "게임회사에서만 이상하게 묵인되는 기형적 구조다. 이직유무를 떠나서 저렇게 환경을 잘못한 회사 잘못이 먼저다", "정식 입사절차에 따라 허들을 통과해 정직원이 됐는데 다시 면접을 보고 전환배치 해야 된다는 사실을 타직업군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일이냐" 등의 게임사 직원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넥슨 이슈의 경우 전환배치가 1년 이상으로 미뤄지고 임금이 25% 삭감됐단 것이 문제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그나마 게임업계 빅3인 3N의 경우 프로젝트가 많아 전환배치가 쉽게 이뤄지는 편이지만 중소게임사의 경우 더욱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전환배치 팀은 대부분의 게임사가 갖추고 있지만 사내 제도를 통해 프로젝트 이후 전환배치가 잘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것들이 근속연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발자 중에서도 프로그래머 직군의 경우 전환배치나 타 게임사 이직에 어려움이 없지만 그래픽 개발자나 게임 기획자의 경우 인력 대체가 늘고 있어 더욱 고용 보장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산업이 막 성장했을 때만 해도 몸값을 높여 이직하는 개발자가 많았기 때문에 전환배치가 문제되지 않았다"며 "2019년부터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월급쟁이 형태로 이직이 쉽지 않아지는 개발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임사들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무작위하게 연봉을 높여 채용하기 보다는 신중한 채용 정책과 채용 이후 근속연수를 높일 수 있는 인력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최은수 기자 (sinpaus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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