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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서인국 "연기할 때 나를 지워내는 것이 목표"


입력 2021.06.08 15:48 수정 2021.06.08 15:4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8년 만의 스크린 복귀

현재 tvN '어느날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출연 중

서인국이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으로 한국 누아르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유하 감독의 손을 잡고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파이프라인'은 유하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누아르 장르가 아닌 케이퍼 무비로, 서인국은 유하 감독과 함께 실험대 위에 섰다.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 그들이 펼치는 막장 팀플레이를 그린 범죄 오락 영화다. 서인국은 유하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자, 국내 최초 도유 범죄를 소재로 한다는 '파이프라인'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유하 감독이라는 이름 값 앞에 막상 촬영에 들어가기 전 겁을 먹기도 했단다.


"워낙 영화계 거장으로 불리시잖아요. 작업하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겁도 났죠.(웃음) 실제로 뵙고 이야기를 나누니 섬세하시더라고요. 저희가 불편함 없이 촬영할 수 있도록 자주 들여다봐주셨어요. 디렉션도 부드럽게 주시고요. 그러면서도 배우가 캐릭터의 내면의 깊은 곳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집요하게 기다려주시기도 했어요."


서인국은 유하 감독이 핀돌이란 캐릭터에 자신의 성향을 녹이고, 대사가 수정 될 때마다 자신의 의사를 묻는 모습을 보고 신뢰와 감사함을 느꼈다.


"제 성격들이 핀돌이에게 많이 묻어있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며 촬영했어요. 감독님께서 '너는 참 똑똑한 친구다. 두뇌회전이 빠르고 즉각적으로 행동하는게 매력적이다'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 부분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작업하는 동안 감사하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작품입니다"


케이퍼 무비는 국내 관객에게 사랑 받는 만큼 많이 만들어져왔다. 그만큼 자칫하면 전형성이라는 지적을 듣고는 한다. 하지만 서인국은 다른 케이퍼 무비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케이퍼 장르 영화가 많지만 '파이프라인'의 차별점을 꼽자면 인물들이 모두 목숨을 걸고 도유 작업에 임하지만 어설프다는 겁니다. 저는 이 어설픈 조합들이 움직이면서 성장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어요. 유하 감독님께서 '비루한 루저들의 카니발'이라고 말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에 동의해요."


극중 핀돌이는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천공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작업할 때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이 아닌 명품 수트를 입고, 힘보다는 머리를 쓰며 팀을 끌어간다. 서인국은 핀돌이의 민첩성이 강조될 수 있도록 표현에 주안점을 뒀다.


"핀돌이는 유일무이에서 나오는 자부심이 굉장히 큰 친구입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빠른 두뇌회전에서 오는 민첩함이 매력적이었어요. 이 민첩합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 했어요. 그래서 핀돌이가 고민하는 순간은 짧게 보여주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식으로 즉각적인 면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핀돌이를 비롯해, 용접의 접새(음문석), 땅 속을 꿰뚫고 있는 나과장(유승목), 감시를 보는 카운터(배다빈)는 모두 세상에서 도태된 인물들이다. '파이프라인'은 오합지졸 루저들이 작업을 통해 팀워크를 보여주는 과정이 영화의 관전포인트다. 서인국은 배우들과 팀워크는 연기한 것이 아닌, 실제로 다져진 친분 속에서 나온 진짜 케미스트리라고 강조했다.


"첫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배우들끼리 따로 회의를 많이 했어요. 우리끼리 상의한 아이디어도 감독님께 보여드리고요. 물론 다 승인이 나진 않았지만 저희끼리 함께하는 모습을 예뻐해주셨어요. 이 에너지가 현장에 남다르게 작용한 것 같아요. 특히 유승목 선배님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기존에 봤었던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서 무서울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배려가 넘치시고 유쾌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셨어요."



'파이프라인'은 서인국과 이수혁의 세 번째 만남이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tvN '고교처세왕'과 현재 방영 중인 '어느날 멸망이 현관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파이프라인'까지 라이벌 구도에서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세 번이나 한 작품에서 만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들에게도 특별했다.


이제는 눈만봐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다. 그는 다음 작품에서도 이수혁과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었다. 단, 자신이 이수혁을 괴롭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이번에는 제가 이수혁을 괴롭히고 싶어요. '파이프라인' 때 저를 너무 괴롭혔잖아요.(웃음) 땅바닥을 굴러다니게 만들고 싶어요. 고생 한 번 해야죠.하하."


tvN '응답하라 1997', '고교처세왕',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OCN '38사기동대', MBC 쇼핑왕루이', 현재 방송하고 있는 '어느날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까지 서인국은 모든 작품에서 자신을 지워낸다. 온전히 캐릭터로 보여질 수 있길 원하고 연기를 한다. 실제로 서인국과 인터뷰를 할 때면 캐릭터와 서인국이란 배우의 간극을 매번 느껴왔다.


"대본을 받으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환경과 제스처, 호흡, 걸음걸이까지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캐릭터와 동기화돼 조금 더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겨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환경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서인국이 아닌 온전히 그 캐릭터로 보여지고 싶거든요."


2009년 방송한 '슈퍼스타K' 우승자 출신인 서인국. 현재는 가수 활동보다는 배우란 타이틀에 더 무게를 두고 활동 중이다. 그러나 가수 활동에 여전히 욕심을 갖고 있다.


"곡은 계속 작업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멸망' OST에 참여하기도 했고 개인 작업실도 만들었고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정규 앨범이 한 장도 없다는 겁니다. 기회가 되면 좋은 음악들로 채워서 정규 앨범으로 나오고 싶어요."


서인국은 향후 더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과 하고 싶은 역할 사이를 오갔는데 앞으로는 더 다채롭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휴먼드라마 속 잔잔한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악랄해서 욕먹는 캐릭터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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