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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장마철도 안됐는데…때이른 열대야에 '잠 설치는 시민들' [데일리안이 간다 55]


입력 2024.06.13 02:16 수정 2024.06.13 03:45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11일 강원도 강릉서 올해 첫 열대야 관측…작년보다 18일 빨라

올해 서울 등 수도권, 6월 초 기온 평년보다 0.5℃ 높아…실제로도 더운 날씨

세계기상기구 "한국 6~8월 기온 평년보다 높을 확률 80%"

ⓒ게티이미지뱅크

올해는 예년보다 빠르게 더위가 찾아오면서 때이른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상 본격적인 더위는 6월 말~7월 초 장마철이 지난 이후 찾아오는데, 올해는 6월 초부터 7월 기온과 맞먹는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강원도 강릉시에서 올해 첫 열대야가 관측됐다. 이는 작년보다 무려 18일이나 빠른 것이고,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해봐도 6일 정도 빠른 것이다.


열대야는 최저 기온이 25℃ 이상인 밤을 뜻하는데 숙면을 취해야 할 새벽 시간에 이보다 기온이 높으면 불쾌감으로 인해 잠을 이루기 어렵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는 아직 공식적으로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수도권 특성상 이미 열대야를 겪고 있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11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문모(38·남)씨는 이날 "동네가 아파트 밀집지역이고 녹지가 부족해서 낮에 뜨거운 햇볕을 건물이 고스란히 다 받아들인다"며 "어제 저녁 8시쯤 집에 들어갔는데 집이 더워서 창문을 열었더니 밖에서 더운 바람이 들어오더라"고 전했다. 문씨는 "자기 전에 샤워를 했는데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아서 결국 선풍기를 틀어놓고 잤다"며 "6월 초부터 이렇게 더운 적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박모(40·여)씨도 "초등학생 아이 둘이 있는데 이번주부터 아이들이 덥다고 밤에 잠을 설쳐서 일찍 에어컨을 켰다"며 "장마철이 되기도 전에 에어컨을 켜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에어컨 설치·수리 전문업체 직원이 학원에 설치된 에어컨을 수리하고 있다.ⓒ독자 제공

때이른 더위에 일이 바빠진 사람들도 있다. 서울 서부지역에서 에어컨 출장설치센터를 운영하는 강모(48·남)씨는 "6월 초에는 보통 하루에 1~2건 정도만 출장요청이 들어오고 본격적으로 일이 바빠지는 건 장마철 이후인데 올해는 6월에도 한여름 못지 않게 일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번 주말에 미리 예약된 출장만 7건"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설치기사들도 올해 6월이 확실히 다른 해보다는 더운 것 같다고 말한다"며 "날이 더울수록 센터 일감은 많아지니 우리는 더위가 반갑다"고 전했다.


최근 5년 6월 초(1~10일) 서울지역 기온ⓒ기상청 날씨누리

실제로 올해 6월 초(1~10일) 서울의 평균기온은 22.5℃로 최근 5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0.5℃ 높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6월 이상고온'이 나타났던 2020년 6월 초 평균기온 22.9℃에 이어 최근 5년 새 두 번째로 높은 평균기온이기도 하다. 가장 낮았던 2019년(21.2℃)와 비교하면 1.3℃나 더 높은 것이다.


이런 이상고온 현상으로 수도권에서도 다음주부터는 열대야를 겪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정보업체인 웨더채널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장마가 시작되는 이달 25일까지는 계속해서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의 '열섬효과'로 인해 낮의 열기가 밤에도 그대로 남아있어 열대야를 겪는 가정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이른 더위에 일찍 가동되기 시작한 서울광장의 쿨링포그ⓒ데일리안 김인희 기자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자 역시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11일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감시를 시작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번 달 9일까지 신고된 누적 온열질환자는 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질환자 수인 54명보다 33.3% 증가했다.


동아시아 전체에 '역대급 폭염'이 나타났던 2018년 여름과 유사하게 올해도 엄청난 무더위가 한국을 덮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의 '2024년 여름 기후전망'에 따르면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50%로 예측됐다. 세계기상기구(WMO)가 한국 등 12개국 기상청의 기후예측모델을 종합해 내놓은 전망에서도 한국 6~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74~80%에 달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 여름은 평년보다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온열질환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며 "기온이 30도가 넘을 때는 가급적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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