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청문회 3일째…후보자 인신공격 난무
정책검증 약속은 빈말…"빵통위"·"체력검증 변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장관급 후보자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26일까지 '사흘'에 걸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진행된 청문회에서도 '뇌 구조에 문제', '일본 정부의 대변인' 등의 표현을 써가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고, 도전은 응전을 낳는다. 이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개별 사안에 답하지 않겠다"는 말로 거세게 저항하며 청문회장이 인신공격과 비아냥이 오고 간 '아수라장'으로 점철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이진숙 후보자에게 "사내에서 일어난 일에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MBC가 2012년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해고한 것에 대해 이 후보자가 "정치 보복"이라고 평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이 후보자가 "제 뇌 구조에 대해 말한 부분과 관련해 사과를 원한다"고 항의하자 최 위원장은 "사과할 일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발언을 제지했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통위가 진짜 방통위원이 한 명도 없는 '빵(0)통위'가 됐다"며 "선수만 바꿔가며 맹목적으로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자살특공대식' 이어달리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자진 사퇴한 것을 비꼰 것이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이날 자신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즉시 재가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안이 이날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직무가 정지돼 방통위 기능이 수개월간 마비되기 때문에 '자진사퇴'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민주당의 방통위 상대 탄핵소추는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이에 이진숙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방통위원 0명'이라는 초유의 공백 사태를 두고 "참담한 사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해서도 탄핵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 없이 청문회 일정이 사흘째에 접어든 것을 두고도 충돌이 벌어졌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방통위 간부가 구급차에 실려 나가는 일도 있었다"며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체력을 검증하는 청문회로 변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현 민주당 의원은 "외환거래 등 필요 자료를 제출하라고 한 기한이 25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수진 의원은 민주당이 여당일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양승동 전 KBS 사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인사청문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고 꼬집고 "사흘은 너무 소모전이고, 결국 개인 신상 털기로 간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상휘 의원도 "합의한 이틀 동안 알아내지 못하면 검증 실패이고 편법"이라고 가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