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6월 15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해군의 도발로 제1연평해전이 벌어졌다. 당시 북한은 어뢰정 1척과 경비정 1척이 침몰하고 다른 경비정 3척도 반파된 상태로 퇴각하며 전투 양상이 일방적으로 전개됐지만, 우리 해군도 7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가 있었다.
당시 전투를 보고 분노해 “해병대에 입대하겠다”던 ‘아름다운 청년’이 있었다. 당시 국내 가요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유승준, 지금은 스티브 유로 더 많이 불리는 인물이다. 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피지컬과 짧게 깎은 머리는 그 자체로 해병대 비주얼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허리 부상으로 현역이 아닌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 판정을 받았지만, 어쨌든 그는 병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마저 저버렸다.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2002년 1월 입대를 앞두고 공연을 하고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 뒤 곧바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한국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병역기피’, ‘도망’, ‘비겁’이라는 수식어가 몇 달만 참으면 사라지고,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듯 했다. 그는 그해 2월 2일 당당하게 입국하려다가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금지됐다.
국민정서법은 청년이었던 그가 중년이 되도록 용서하지 않았다. 들끓는 국민의 분노에 부응해 대한민국 정부는 2015년 9월 유승준이 LA 총영사관에 신청한 재외동포 F-4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그는 소송을 냈고, 1‧2심은 그의 비자신청 거부를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그의 비자 발급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렇게 22년째 그는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그런 유승준이 28일 인스타그램에 대리인 류정선 변호사 명의의 입장문을 올렸다. 최근 비자 발급이 또다시 거부된 데 대해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비난했다.
류 변호사는 “관계 행정청이 이토록 무리하게 유승준의 입국을 저지하려 하는 것은 대중의 여론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법치국가에서 공권력 행사는 ‘국민정서법’이 아닌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때 ‘국민정서’에 편승해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는 ‘국민정서’에 걸맞은 해병대 입대를 외치다가 ‘국민정서’에 반하는 병영기피로 모든 것을 잃은 유승준이 이제 ‘국민정서’는 중요하지 않다며 법대로 하자고 나오는 모양새다.
류 변호사는 유승준이 관광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데도 영리활동을 하기 위해 재외동포(F4) 비자를 고집한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른 사증(비자)으로 소송하는 경우에는 소의 적법성 자체가 문제 될 가능성이 높고, 이 사건은 재외동포의 지위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변호사들의 권유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말은 확실히 신뢰가 간다. 애초에 ‘국민정서’를 들끓게 만들고 아직까지 용서받지 못한 전직 연예인이 한국에서 영리활동이란 걸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