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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미팅이 된 국감…아이돌 화제성에 가려진 진짜 문제들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4.10.20 07:00 수정 2024.10.20 10:5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뉴진스 하니 '직장 내 괴롭힘' 주장...환노위 국감 출석

“국정감사는 팬미팅 장소가 아닌, 민생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참고인으로 출석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니가 출석한 날, 민주당 과방위원장은 무릎을 꿇고 핸드폰으로 하니를 촬영하는 모습, 노동자 사망 사고로 국감에 나와 아이돌과 셀카를 찍는 한화오션 사장의 모습이 회자될 뿐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환노위의 이날 국감 내용 역시 ‘코미디 국감’이라는 비아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환노위 안호영 위원장은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아이돌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 국가의 예산 지원을 받지 않는 사기업 연예인의 분쟁이 국감 대상에 오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을 의식해 “근로 계약자가 아니라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고는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고용부 노동정책 실장에게 거듭 던졌다.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대중은 “하니가 근로계약자가 아니라서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는 취지로 하니의 출석이 부적절하다고 여긴 것이 아니다. 다만 환노위가 다뤄야 할 핵심 문제가 직장 내 감정 노동, 불법 파견, 최저임금 미지급 등 근로자의 생존과 직결된 현안들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과 실효성에 대한 감시가 시급한 과제다. 그럼에도 ‘인사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를 두고 다투는 문제가 국감의 주요 안건이 된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다.


더 황당한 건 기어코 하니를 출석시켰음에도 질의를 해야 할 의원들이 참고인과 증인 관련 사전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레이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질문의 정확성이 떨어졌고, 심지어 참고인인 하니의 이름조차 제대로 호명하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를 국감 무대에 세우면서 통역을 미리 신청하지 못해 여러 차례 소통이 불가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하니의 ‘무시해’ 발언으로 시작된 직장 내 따돌림 문제는 아직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사안이다. 하니는 “‘무시해’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하지만, 김주영 어도어 대표는 “서로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입증할 자료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와 관련해 노동청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하니가 눈물로 호소한 인간으로서의 존중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엔터테인먼트의 잘못된 문화나 관습도 개선돼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환노위는 정상급 아이돌을 내세운 ‘국감 스타’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생명까지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국정감사를 과열된 여론전의 대리 무대로 만든 환노위의 본질을 잃은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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