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작가의 ‘모순’부터 정대건 작가의 ‘급류’까지. 1020세대가 문학 역주행을 이끌고 있다.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후기를 나누고, 책을 ‘영업’하며 문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가고 있다.
2021년 출간된 ‘급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독자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해 11월부터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사랑을 받고 있다.
역주행의 시작은 ‘SNS 영상’이었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짧은 영상이 SNS상에서 퍼지며 관심이 시작된 것. 그 1020세대 사이에서 10대 시절 시작된 첫사랑의 기억이 어른이 된 이후까지 이어지는 ‘급류’만의 깊은 감성이 호평을 받으며 본격적인 역주행을 이끌었다고 분석되고 있다.
앞서 한야 야나기하라의 장편소설 ‘리틀 라이프’가 비슷한 방식으로 역주행한 바 있다.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인물 주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이 작품을 읽고 오열하는 한 짧은 영상이 화제가 된 이후, 주드의 처절한 인생을 향한 안타까움을 SNS로 인증하는 것이 ‘챌린지’처럼 번지면서 화제를 모았었다.
이 외에도 2015년 출간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이 다시금 주목을 받으며 8년 만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는데, 이 작품의 역주행 배경 또한 SNS 입소문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된다. 역주행 이유를 ‘미스터리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주인공 구와 담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매료된 젊은층의 호평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여겨진다.
이 외에도 신선한 반전으로 온라인에서 화제 되는 ‘홍학의 자리’를 비롯해, ‘페미니즘’ 열풍을 타고 ‘공감 가는 주제’로 추천되는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찾아 읽고, 나아가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누는 젊은층의 문화가 문학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이유다. 예스24는 지난 19일 문학에 해당되는 ‘소설/시/희곡’ 분야 1020세대 판매량은 2023년과 비교해 2024년 39.9% 판매가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1월에만 39% 급증한 수치를 보였다고 전했었다.
앞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문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가운데, 젊은층의 관심이 유지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책 읽는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생겨난 이때, 이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젊은층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문화인만큼, 앞으로도 이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진다. 한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요즘 젊은층은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취향에 맞게 소비하며 흐름을 만들어나간다고 할 수 있다”면서 “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수상이나 SNS 입소문 같은 특별한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