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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소리 하나까지 전달…소극장으로 모여드는 가수들 [소극장 콘서트①]


입력 2025.03.04 13:33 수정 2025.03.04 13:3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지난해 소극장 공연 1510건....매년 꾸준히 증가세

이승환·소란·정준일·박정현·윤하 등 소극장 공연 잇따라

팬데믹 이후 가수와 관객의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대형 공연장을 가득 메우던 유명 가수들도, 객석 규모를 줄이고 소극장으로 모여들었다. 멀어졌던 만큼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 좁은 방에 들어앉아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숨소리 하나까지 전달하며 관객들과 교감하는 식이다.


2024년 '학전, 어게인 콘서트' ⓒ학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4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중음악 장르의 공연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가장 많이 상연되는 공연장 규모는 1~300석 미만 소극장으로 이 기간 총 1510건(38.0% 비중)이 2528회(38.4% 비중) 진행됐다. 같은 규모의 공연장 기준 2020년에는 428건(713회), 2021년 728건(1132회), 2022년 1214건(1891회), 2023년 1500건(2626회)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가장 주목을 받은 소극장 콘서트는 ‘학전, 어게인 콘서트’다. 불과 194석에 불과한 학전 블루 소극장(현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콘서트는 포크계의 대부 김민기 대표 트리뷰트 무대로, 사실상 학전과의 이별 무대였다. 지난해 2월28일부터 3월14일까지 20회에 걸친 공연에는 회당 약 150명씩 총 3000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방불케 했던 만큼 1~300석 미만 규모 공연장 중 가장 많은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승환은 지난해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헤븐’(HEAVEN) 투어와 함께 소극장 콘서트 ‘흑백영화처럼’을 동시에 소화했다. ‘흑백영화처럼’은 200석 규모의 구름아래소극장에서 지난해 8월21일~9월4일, 12월3일~12월19일에 걸쳐 진행됐다. 12월3일 늦은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로 공연 취소 위기를 겪었으나,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에 따라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했다.


이승환은 ‘공연의 신’답게 ‘대중음악 1~300석 미만 규모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 3개 공연의 이름을 올렸다. 앞서 언급한 ‘흑백영화처럼’의 공연이 2,3위에 차례로 랭크됐고, 같은 해 9월28일과 29일 양일간 230석 규모 공연장인 무신사 개러지에서 진행된 이승환밴드 콘서트 ‘떼창의 민족’이 9위에 올랐다.


‘소극장 콘서트’를 꾸준히 선보이며 브랜드화한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밴드 소란은 지난해 3월15일부터 3주간 400석 규모의 백암아트홀에서 ‘퍼펙트 데이 10’을 개최했다. 이는 소란의 대표 봄 소극장 장기 콘서트로, 당시 10주년 공연으로 기획됐다. 올해 역시 3월7일부터 3주간 같은 장소에서 11번째 ‘퍼펙트 데이’ 개최를 앞두고 있다.


소란 2024 소극장 콘서트 '퍼펙트데이10' ⓒ엠피엠지뮤직

소란이 ‘봄’을 책임졌다면 가수 정준일은 ‘겨울’을 책임진다. 정준일은 지난 2016년, 2018년~2020년, 2022~2024년에 이어 2년 만인 올해 자신의 대표적 소극장 브랜드 콘서트를 선보였다. 300석 규모의 이화여대 ECC 영산극장에서 진행된 ‘피아노 겨울 90’은 지난 13일을 시작으로 16일까지,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8회 공연은 티켓 오픈 당시 모두 5분 만에 매진된 바 있다.


규모로만 따지면, 소극장 공연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밴드와 호흡을 맞추고 관객과 가깝게 소통하는 무대를 만들면서 ‘소극장 콘서트’ 타이틀을 단 공연도 이어졌다. 윤하는 1000석 규모의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자신의 소극장 브랜드 공연을 지난해 7월 진행했고, 거미와 케이윌은 각각 지난해 6월과 10월 700석 규모의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소극장 콘서트를 열었다.


이 밖에도 지난해와 올해 박정현, 송소희, 폴킴, 박혜원(HYNN), 김종서, 장범준 등 다수의 가수가 소극장 콘서트를 진행했고, 인디음악·라이브 신을 중심으로 한 ‘잔다리페스타 2024’도 무신사 개러지, 벨로주 홍대, 클럽 FF, 채널 1969, 플렉스 라운지, T 팩토리 등 홍대 앞 일대 소극장들에서 펼쳐졌다.


눈길을 끄는 건, 대형 콘서트도 가능한 뮤지션들, 상당한 마니아층을 구축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소극장 콘서트’를 자신의 브랜드 공연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점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소극장 콘서트는 관객과 가까이에서 호흡한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면서 “관객과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는 동시에, 가까운 만큼 실력의 치부가 금방 드러나는 것도 소극장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실력에서 자신감 없이는 불가한 것이 소극장 콘서트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향 등의 기술적인 효과에 기댈 수밖에 없는 대형 공연만의 매력도 있지만, 날 것의 ‘음악’으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소극장은 뮤지션에게 ‘가장 뮤지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무대”라고 덧붙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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