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에이틴’ 등 풋풋한 전개로 공감대 형성한 TV·유튜브 플랫폼
‘인간수업’·‘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흥행 이후
대세 된 OTT표 학원물
배우 장혁, 조인성, 임수정 등 스타 배우들이 처음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린 것은 ‘학교’ 시리즈였다. 1999년 ‘학교’ 시즌1을 시작으로, 2002년 시즌4가 나오기까지 매년 한 시즌씩 방송되며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었다. 특히 당시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왕따, 흡연 등 학생들의 이야기는 물론, 촌지, 체벌 문제까지.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까지 짚으며 청소년 시청자와 어른 시청자를 함께 아울렀다. 이후 KBS는 ‘학교 2013’, ‘후아유-학교 2015’, ‘학교 2017’, ‘학교 2021’ 등을 통해 ‘학교’ 시리즈를 부활시키며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 시리즈가 시작된 1990년대는 청소년 드라마의 전성기였다. 중학생 주인공이 사춘기가 돼 겪는 일을 담은 MBC ‘사춘기’가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방송됐으며, 이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육체미 소동’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며 회자 됐다. ‘사춘기’는 시즌2까지 이어졌으며, 고등학교 방송반 이야기를 담은 또 다른 MBC 청소년 드라마 ‘나’가 1996년부터 1997년까지 방송되기도 했다.
이 바통은 ‘반올림’ 시리즈가 이어받았다. 2003년부터 KBS에서 방송된 청소년 드라마로, 2006년 방송된 ‘성장드라마 반올림3’까지, 총 세 편의 시리즈가 방송됐다. 시즌1은 중학생 옥림이(고아라 분)와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렸다면, 시즌2, 3에서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10대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 이야기를 그렸었다. 배우 고아라, 유아인, 그룹 슈퍼주니어 겸 배우 김희철, 슈퍼주니어 출신 배우 김기범 모두 이 드라마에서 풋풋한 매력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었다.
그러나 1020 세대들의 관심이 유튜브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지상파와 종편이 외면받으면서 한차례 흐름의 변화가 이뤄졌다.
2010년대 부활한 ‘학교’ 시리즈는 2013년까지만 해도 10%의 시청률을 넘기며 시리즈의 힘을 보여줬지만, 이후 하락해 가장 최근 시즌인 ‘학교 2021’은 2%대까지 떨어졌었다. 그리고 ‘학교 2021’ 이후 ‘학교’의 새 시즌에 대한 계획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반면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2018년 방송을 시작한 고등학교 2학년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에이틴’ 시리즈는 시즌1과 시즌2 누적 조회수가 500억 뷰를 넘길 만큼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 외에도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미쿠스’ 등이 주목을 받았다.
유튜브 플랫폼에 대한 커진 관심은 물론 ‘에이틴’, ‘미미쿠스’ 시리즈들은 50분 내외의 TV 청소년 드라마와 달리 2~30분 분량의 러닝타임으로 이뤄졌는데, 이것이 1020 세대를 사로잡는 비결이 되기도 했다. 줄어든 분량만큼 로맨스, 또는 우정 등 ‘관계’에 집중하며 그들과 더욱 탄탄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인기의 요인이 됐었다.
유튜브 중심의 ‘청소년 콘텐츠’는 이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가능성을 확대 중이다. 2020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흥하면서 다시금 ‘대세’ 플랫폼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특히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리얼리티’에 방점을 찍은 스케치 코미디 또는 예능 콘텐츠들이 주목받으며 드라마 콘텐츠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진 반면, OTT에서는 신인 기용으로 제작비는 절감하고 해외 팬덤 등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는 학원물이 인기 장르가 되고 있다.
티빙 ‘피라미드 게임’(2024), ‘스터디 그룹’(2025)와 U+모바일tv ‘하이쿠키’(2023), ‘선의의 경쟁’(2025) 등 입시 경쟁을 소재로 메시지와 장르물의 재미를 다 잡는 콘텐츠들이 꾸준히 제작되는 가운데, 입소문만으로 깜짝 흥행을 이뤄낸 ‘스터디 그룹’은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 총 147개국 주간 톱5에 오르며 ‘글로벌 흥행’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웹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선보였던 밤비 스튜디오 관계 “최근 1~2년간 유튜브 생태계 자체가 가성비 좋은 스케치 코미디 또는 웹예능으로 굳어진 것이 청소년 드라마가 OTT로 옮겨 간 가장 큰 이유”라며 “수익성 약화 등을 이유로 유튜브 플랫폼에서는 제작사 차원의 웹드라마는 이제 잘 제작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편의 청소년 드라마를 연출한 한 또 다른 PD는 “OTT 플랫폼에서 선보이는 10대 콘텐츠에도 ‘스터디그룹’의 황민현, ‘선의의 경쟁’의 이혜리처럼 스타들이 주인공으로 나서지만, 그럼에도 신인들을 대거 기용할 수 있어 여느 콘텐츠보다는 제작비가 절감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또 이것이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가는 측면이 있으며, 일상적 소재와 장르적 재미를 모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청자들을 아우를 수 있다”고 OTT표 학원물의 가능성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