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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연극·뮤지컬 무대에 올린 노동자의 삶


입력 2021.06.10 13:56 수정 2021.06.10 13:5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연극 '스웨트' '굴뚝을 기다리며' 뮤지컬 '1976할란카운티' 등 잇따라 무대에

ⓒ국립극단

과로사로 숨진 노동자, 빚더미에 앉은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노동자, 안전하지 못한 작업 환경으로 인해 숨진 노동자…. 노동 문제는 결코 유보될 수 없는 문제지만, 현실에선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공연계에선 다양한 형태로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그리면서, 직·간접적으로 노동의 신성한 가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립극단이 18일부터 내달 1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은 제목에서부터 주제가 또렷하게 나타난다. 작품은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도시 레딩을 배경으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의 사투를 그린다.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력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 노동자와 사측의 대립, 노동자 간 분열 등을 그리고 이를 통해 노동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미국 극작가 린 노티지의 2015년 희곡이 원작으로, 2017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달 27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도 한국의 노동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가디라며’에서 모티브를 차용해 굴뚝 위 노동자 이야기로 다시 썼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이해성은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광화문 광장 캠핑촌에서 유성,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파인텍 등 고공농성을 경험한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이 연출이 파인텍 해고노동자 홍기탁과 박준호의 고공농성에 15일간 연대 단식을 한 경험과, 고공농성자들의 인터뷰와 그들의 일기를 작품에 녹였다.


16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하는 연극 ‘7분’은 해고 위기에 처한 노동자의 선택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이탈리아 극작가 스테파노 마시니의 희곡이 원작이다. 2014년 이탈리아 볼로냐 아레나 극장에서 초연했고, 2016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또 극단 현의 ‘트리거’(7월 7일부터 18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쿰)는 충남 당진의 한 철강업체에서 젊은 노동자가 용광로에 빠져 숨진 사건을 소재로 댓글 시인 제페토가 쓴 시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터널저니

뮤지컬 무대에서도 노동자들의 외침이 이어진다. 내달 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는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된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가 바탕으로, 미국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100여 년이 지난 1976년 청각장애가 있는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뉴욕으로 떠나는 다니엘의 여정을 시작으로 할란카운티의 광산회사 횡포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을 그렸다.


유병은 연출은 2016년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1939년 할란카운티 노조위원장이었던 광부의 아내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민중가요 ‘당신은 누구의 편인가요’(Which side are you on)를 듣고 원고 작업에 돌입했다. 유 연출은 “2016년도에 초고를 썼다.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세월호 사건 이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해서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로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등의 실험적인 작품은 저예산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작품이 빛나고,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다. 비단 노동자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를 문화예술로서 다루면서 오는 효과는 ‘1976 할란카운티’ 배우들의 말에서 드러난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등장인물의 외침이 가슴에 와 닿았다.”(오종혁) “저 역시 다니엘처럼 성장하고 싶어서 (제대 이후) 복귀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이홍기)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현 사회상을 담은 문화예술 작품들을 통해 분노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분노를 참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회적 보호권 밖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함께 분노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공연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더구나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공연이라는 문화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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