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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퀴어 페미니스트' 비종교적 신념 병역 거부 첫 인정…무죄 확정


입력 2021.06.24 10:44 수정 2021.06.24 10:4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2심 "페미니즘 연장선에서 비폭력주의 옹호…신념 내면깊이 자리잡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무 이행을 거부한 병역거부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이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현역 입대 거부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4일 병역법위반으로 기소된 정모씨(3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2017년 10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까지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기 전인 2018년 2월, 1심 재판부는 정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종교적 양심 내지 정치적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정씨는 재판과정에서 성 소수자로 고등학생 때부터 획일적인 입시교육과 남성성을 강요하는 또래 집단문화에 반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 및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에 따라 군대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법원에 따르면 정씨는 이스라엘의 무력 침공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단체 긴급 기도회, 용산참사 문제 해결 1인 시위, 한국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 반대 시위,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수요시위 등에 참여했다.


헌재와 대법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판단을 내린 후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뒤집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됐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앙과 신념이 피고인의 내면 깊이 자리 잡혀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고, 이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을 깨고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판단이 옳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폭력과 살인 거부' 등의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훈련과 병역동원소집에 불참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이 판결은 현역 입대가 아닌 예비군 훈련과 병역동원소집을 거부한 사례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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