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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책] 박기웅,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입력 2021.07.05 15:04 수정 2021.07.05 15:0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닙니다"

2019년 기준, 성인의 1년 독서량은 6권밖에 되지 않습니다. 2달에 겨우 1권을 읽는 셈입니다. 이에 스타들이 직접 북큐레이터가 되어 책을 추천하고, 대중의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매개체로 나섭니다. 큐레이션 서점을 보면, 보통 책방지기의 취향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타의 책’ 코너를 통해 스타들의 큐레이션 속에 묻어나는 취향과 관심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함께 느끼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문학세계사, 강 엔터테인먼트

◆오늘의 큐레이터 배우 겸 화가 박기웅


◆오늘의 책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 아멜리 노통브 | 문학세계사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은


원제는 ‘Metaphysique des tubes’로 ‘튜브의 형이상학’ 으로 직역된다. 출간 직후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던 작품이다. 이 소설은 신과 실존, 삶과 죽음, 존재와 불안 등 철학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경쾌한 문체로 유년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신과 우주 전체를 가리켜 위아래가 터진 유연한 파이프라고 부른다. 소설은 그 파이프에 대한 어린 신(세 살배기 소녀)의 기록이다. 또한 너무 일찍 성숙한 소녀가 지닌 ‘앙증맞은 눈의 관점’으로 ‘실존적 불안’이란 거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왜 인간은 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은 품어보듯이, 이 소설의 작중 화자가 회상하는 유년의 초상은 그 나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원대한 철학적인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


◆왜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을 추천하냐면


“지극히 현실적인 가정의 모습 속에 굉장히 특별한 아이를 통해 신비로운 여행을 하는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아이의 시점과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점이 교차하며 아이가 세 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혹시 어디가 잘못 된 아이인가’ 생각하다 그 아이가 전생을 모두 기억해 다른 나라의 언어로 부모를 놀라게 하고, 그 후 입을 닫아버린 사연이 동화처럼 담담하고 아름답게 써져 있어요. 특히 평범한 아이인 척 하려고 부모의 말을 따라하는 위트 있는 표현들도 좋았습니다.”


◆오늘의 밑줄


게다가, 파이프는, 시선이 없는 것만 빼면, 외형상 정상이었다. 손님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선을 보일 수 있는, 차분하고 예쁜 아기였다. 다른 부모들이 샘을 낼 정도였다. 사실, 신은 여러 힘 중에서 으뜸인 동시에 가장 역설적인 관성력의 화신이었다. 움직이지 않는것에서 나오는 이질풍 같은 힘만큼 묘한 게 어디 있겠는가?관성력은, 맹아 상태에서 발산되는 위력이다. 쉽게 이룰 수 있는 진보도 거부하는 민족을 볼 때, 남자 열 명이 밀어도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는 자동차를 볼 때, 몇 시간이나 텔레비젼 앞에 맹하게 앉아 있는 아이를 볼 때, 이미 무익함이입증되었는데도 계속 해악을 끼치는 思告(사고)를 접할 때, 우리는 무시무시한 부동의 영향력을 발견하면서 질겁한다. 이게 바로 파이프의 위력이다. 파이프는절대 우는 법이 없다. 태어나는 순간에도 신음 소리든 뭐든,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다. 세상이 충격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던 게 분명하다. (P. 15~16)


“이 부분을 읽고 저 역시 생각을 많이 했고, 붓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인생을 알아 버린 아기. 움직이지 않고 감정이 없이 주는 밥만 먹고 있는 아이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나열한 것인데요. 아이는 무얼 보고 있을까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리고 내가 파이프라면 어땠을까 생각 해보니 헛웃음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생각하면…. 신날까? 막막할까? 아직 저는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박기웅의 한줄 평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 아이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고, 우리도 분명 그 시간을 지나왔을 겁니다. 기억이 나지 않겠지만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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