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도 높은 비판에도
여성·통일부 폐지 거듭 강조
당 일각 '우려 vs 옹호' 양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시한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폐지론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며 자기 주장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분분하다.
이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성부와 통일부를 향해 "이들 부서는 수명이 다했거나 역할이 없는 부처들"이라며 폐지론을 꺼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여성부와 통일부는 특임부처이고 생긴지 20년이 넘은 부처들이기 때문에 그 특별 임무에 대한 평가를 할 때가 되었다"며 "국내에서 젠더 갈등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 있는데 여성부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여성을 위한 25억원 규모의 ODA사업을 추진하는 등 부처의 존립을 위해 특임부처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을 계속 만든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또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국민을 살해해 시신을 소각하는 데 통일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 조직들은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에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들인 것"이라 덧붙였다.
자신에 대한 여권의 공세에 대해서는 "야당과 입법부의 으뜸가는 역할은 정부의 기능에 대한 감시다. 정부부처들의 문제를 야당에서 지적했더니 젠더감수성을 가지라느니,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느니, 공부하라느니, 통일을 위해서 뭘 했냐느니. 이게 대한민국의 정당간의 정상적인 상호반론인가"라며 "국민들이 보고 있으니 최소한의 품격을 갖춰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이 대표의 주장에 공세를 펼쳤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하루는 여성부 폐지, 또 하루가 지나면 통일부 폐지를 하자는 제1야당이 좀 불안하다고 느낀다"며 "국정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쉽게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현근택 전 민주당 부대변인도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이준석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여성부 폐지 문제에 대한 당내 논란이 많다. 당내 여성 의원들이 반대하는 분들도 있고, 통일부 문제도 이 대표 본인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본인이 약간 발을 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 바라봤다.
실제 이날 발표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드러나자 당 안팎에서도 이 대표의 행보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조금씩 감지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실시한 지난 5~9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7월 1주차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주 조사보다 0.6%p 낮아진 37.1%로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여성층에서 2.3%p 하락하며 여성부 폐지 주장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다양한 대선 후보들이 공약을 낼 수 있고 최종 선출된 후보가 당과 협의해 마지막 공약을 내는데, 여성부 폐지는 이준석 대표의 평소 지론인 비효율성과 업무 중복을 얘기한 것"이라며 "거기서 끝났으면 괜찮았을 텐데 '통일부도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통일부 폐지론으로 확대 해석돼 오인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당대표의 개인적인 이야기 정도로 묶어놨어야 된다. 제 개인적으로도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지금 시기에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준석 대표가 이런 경험들을 통해 앞으로 많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금 더,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신중하게 대표로서 이야기하는 것들을 배우는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를 향한 당내 옹호론도 존재한다. 야당 대표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문제제기였다는 평가가 그 근거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부처가 무능하면 존재해야 되는 의미가 없지 않겠느냐, 야당으로서는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없어지고 존치하고는 그 다음 정부에서 걸어갈 문제이기는 하지만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부처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기능을 하고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제기한 것"이라 발언했다.
한편 이준석 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취재진과 만나 자신의 주장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대해 "비판이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지난 주말 반응을 보셨던 것처럼 제가 소수자 의견을 가져온 것도 아니고 상당수 국민이 공감하는 주제"라며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이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맥락에서 지난 주말 민주당 인사들의 공부를 하라느니 하는 행태는 기대 이하였다. 이런 것들이 국회 언저리에서 오가는 토론이라 한다면 국민들이 세금이 아깝다 생각하실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