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사태로 논의 본격화…관련 법안 5건 발의
실효성 없고 근거도 빈약…학부모 ‘표심’에 통과는 미지수
심야시간대에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셧다운제는 시행 후 약 10년 동안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왔으며 사실상 실패한 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논란이 거센 가운데도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에서 폐지가 아닌 개선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제 폐지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에는 게임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총 5건 발의돼 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달 29일 셧다운제 ‘완화법’을 발의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강제적 셧다운제’를 ‘선택적 셧다운제’로 전환하고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과몰입’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일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 법안을 냈으며 같은 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e스포츠 선수인 미성년자를 셧다운제에서 제외해 훈련 여건을 보장하는 법안을 내놨다.
청소년 인기 게임 ‘19금’ 둔갑…정치권 폐지 논의 활발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발의된 건 처음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고, 여가부가 친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셧다운제 적용을 제외하는 ‘부모선택제’를 2014년 11월 정부 입법으로 19대 국회에 제출했으나 폐기됐다.
최근 촉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마인크래프트’ 사태는 다시 한 번 셧다운제 폐지 논의에 불을 지폈다. 마인크래프트는 교육용으로도 사용되는 청소년 인기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MS가 게임 플랫폼인 ‘엑스박스 라이브’와 계정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MS는 지난 2011년 국내에서 셧다운제가 시행된 이후 엑스박스 라이브의 청소년 가입을 제한했다. 특정 국가만을 위해 서비스 제공 내용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엑스박스 라이브는 성인 인증을 해야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번 통합으로 마인크래프트 역시 19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이어졌고 정치권에서도 폐지 논의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셧다운제 실효성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국행정학회가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청소년 게임이용시간 제한제도 개선방안 연구’ 용역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이용시간 자체에 대한 통제의 정책적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셧다운제 분석 결과 게임 이용시간이 게임 과몰입에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용시간이 과몰입을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게임 이용시간, 청소년 과몰입 원인 아냐…산업계 악영향도
시간을 통제해 청소년의 게임행태를 규제한다는 목적 자체가 잘못된 전제로부터 출발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전체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규제를 가하는 셧다운제는 과도한 정책이며 실제 게임시간을 통제해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설문조사 응답기업의 절반이 셧다운제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고용변화 추이에서도 고용인원 수 절대량이 감소한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매출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 인식 증가가 가장 많이 지목되는 등 이른바 ‘낙인효과’에 의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학부모들의 반대 여론과 ‘표심’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논의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셧다운제와 같은 강제규제는 없고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며 “현재 중국, 베트남 등에서만 셧다운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여가부가 우리나라의 국가적 성숙도와 문화적 개방성을 고려한다면 셧다운제 유지를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