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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식만 갖고 이래요?" "헬스장 노래까지 제한?"…정부 오락가락 방역지침에 시민들 절규


입력 2021.07.13 03:27 수정 2021.07.12 21:29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결혼식 등 경조사 앞둔 시민들의 불만 가장 커…망연자실 자영업자 "모처럼 단체예약 모두 취소"

전문가 "헬스장·노래방 음악 제한 등은 과학적 근거 없는 공무원식 방역지침"

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사장님이 '7월 1일부터 6인까지 식사 가능' 안내문에 'X'표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12일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최고 수준의 새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다. 당초 이달 7월부터 6인 모임 허용,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연장 등 정부의 완화된 방역지침 시그널에 한껏 들떠있었던 시민들은 당혹스러움과 피로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결혼식 등 경조사를 앞둔 시민들의 불만이 가장 컸고, 자영업자들에게 미친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될 거라고 기대했던 예비신부 이 모(25)씨는 "결혼 전 상견례나 청첩장 모임을 잡는 과정에서 인원수 탓에 누군가를 소외시켜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며 "술집이나 백화점에는 사람들이 꽉 차게 앉아 있는데 왜 결혼식만 왜 강하게 제한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얼마 전까지 거리두기 완화가 될 것이라는 소식에 예식장 입장 인원과 청첩장 수를 조정했는데 갑자기 격상돼서 혼선이 생겼다"며 "큰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인 만큼 정부가 갑작스러운 변동 없이 정확한 대책을 정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김 모(29)씨는 "방역 지침이 또 바뀌면서 약속을 취소했다"며 "특히 갑작스러운 4단계 적용에 3명 이상 모이기로 한 약속은 다 취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가기 전에 방역 지침을 강화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은 것 같다"며 "정부가 집회 등 단체활동 부분에서 더 강력한 방역 지침을 세워줬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취업 준비생 한 모(26)씨는 "방역 지침이 너무 오락가락해서 들어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제는 확진자가 정확히 몇 명이 나왔는지 확인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무기력해져서 휴가나 모임을 계획할 의욕마저 사라진지 오래"라며 "취업 시장도 공채가 계속 줄고 있어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하나' 부정적인 마음만 그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휴가철을 맞아 피서를 기대했던 시민들은 낙담했고 기준이 애매한 방역 지침은 각종 행사를 준비하던 시민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이 모(31)씨는 "방역 지침의 강화 기준이 몹시 혼란스럽다"며 "헬스장도 가고 휴가도 갈 수 있구나 싶었는데 방역지침이 다시 격상이 되면서 또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헬스장은 틀 수 있는 노래까지 제한한다는데 말이 안 된다"며 "어떤 기준으로 정한 지침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자영업자들은 시름을 넘어 망연자실 그 자체였다. 7월부터 6인 모임이 허용된다는 발표에 단체손님 예약을 받았던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였지만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갔다.


종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차 모씨(35)는 "직장가에 있다 보니 주로 직장인들이 회식하러 오는 곳이었다"며 "6인 제한이 풀렸을 때 직장인들 단체 예약이 들어왔지만 4단계 격상 소식에 다시 예약 취소 전화가 빗발치더니 결국 모두 다 취소됐다"고 말했다.


4단계 격상으로 초·중·고 수업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갑자기 아이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도 발만 동동 굴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강 모(37)씨는 "이렇게 급하게 긴급 돌봄으로 바뀐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며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긴급 돌봄에 보내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강씨는 "긴급 돌봄을 해도 학교에서는 되도록 등교하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공지를 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을 봐줄 사람이 없어 돌봄에 보내면 정상 등교를 할 때보다 학교에 오는 아이들 수가 적어 마음이 안 좋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민들 불만의 가장 큰 원인을 정부의 성급한 거리두기 완화 시그널로 꼽았다.


대한백신학회 부회장 마상혁 교수는 "정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성급한 거리두기 완화를 진행한 것이 확진자 급증을 초래했다"며 "확진자 추이와 백신 접종률을 고려해봤을 때 거리두기 완화 시그널은 시기상조였다"고 지적했다.


마 교수는 특히 "헬스장·노래방 음악 제한과 시간에 따라 모임 인원 수 제한 등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공무원식 방역 지침"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진서 교수는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때 거리두기 완화로 늘어난 이동량과 접촉을 최대한 줄여 확산세가 번지지 않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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