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임팩트 없는 ‘눈치코치’, 쉽지 않은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의 길


입력 2021.07.14 08:53 수정 2021.07.14 08:53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유병재·박나래 이어 새로운 도전한 이수근

지난 9일 넷플릭스 통해 공개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세 번째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수위를 낮춰 돌아왔지만, 오히려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25년간 누구보다 빠른 ‘눈치력’으로 치열한 예능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노하우와 사람 이수근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낸 스탠드업 코미디 ‘이수근의 눈치코치’(이하 ‘눈치코치’)가 공개됐다.


지난 2018년 ‘유병재: 블랙코미디’, ‘유병재: B의 농담’과 2019년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선보였던 넷플릭스가 세 번째 타자 이수근을 통해 국내 스탠드업 코미디 명맥을 잇고 있다.


코미디언이 무대에서 홀로 마이크 하나만을 들고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해외에서 더욱 활발한 장르다. 특히 미국에서는 해나 개즈비, 데이브 샤펠, 트레버 노아 등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하면서 주류 장르로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김병조, 주병진, 쟈니윤 등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인 바 있으나 이후 콩트 코미디가 주류가 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현재 일부 코미디언들이 소규모 공연장을 통해 선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변두리 장르에 불과하다.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 데에는 넷플릭스의 역할이 컸다. 해외의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선보이며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물론, 이후 직접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제작하면서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중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었다.


특히 유병재와 박나래는 각각 사회 풍자와 성이라는 금기시됐던 주제를 용감하게 내세우며 코미디 주제의 폭을 넓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었다. 당시 유병재는 ‘악플 읽기’ 코너나 자신을 둘러싼 이슈와 논란들에 대해 ‘농담’으로 정면 반박을 하는 등 사회 풍자를 시도했으며, 박나래는 성을 주제로 솔직하면서도 파격적인 발언들을 했었다.


그러나 결국 두 콘텐츠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했고, 이는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일부는 유병재의 풍자적 발언에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일부 시청자들이 젠더 문제에 대한 그의 농담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지적을 하는 등 의견이 대립됐다. 박나래 역시 과도한 성적 발언에 불쾌감을 느꼈다는 일부의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위트 있는 풍자, 솔직하고 과감한 소신이 쇼의 관건인 스탠드업 코미디지만, 변두리 장르 이상이 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계를 경험한 넷플릭스의 다음 선택은 ‘보편성’ 강화였다. 2년 만에 돌아온 스탠드업 코미디인 ‘이수근의 눈치코치’는 ‘눈치’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수근의 인생을 돌아보고, 동시에 관객들의 사연을 통해 직접 소통을 하면서 논쟁의 여지를 지웠다. 이전보다 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처음으로 전체 관람가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수근의 눈치코치’의 김주형 PD 또한 이번 콘텐츠에 대해 “새로운 코미디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유튜브 등에서 코미디언이 직접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새로운 걸 찾아내질 않나. 코미디는 그렇게 우리와 가장 밀접한 장르라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야 롱런할 수 있다”며 “‘눈치코치’에서도 이수근의 예능사, 인생사, 가족사를 가볍게 다루면서 시청자 공감을 얻어낼 계획”이라고 보편성을 강조했었다.


아쉬운 것은 이 변화 역시 성공 사례로 남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수근이 25년 동안 누구보다 빠른 눈치로 치열한 예능 세계에서 살아남은 노하우들이 45분가량 펼쳐지기는 했으나 평범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객 숫자가 줄어든 영향도 있었겠지만 빵 터지는 큰 웃음이나 격한 공감의 반응도 없어 다소 밋밋한 분위기로 쇼가 진행된다.


발언의 수위를 낮추고, 누구나 공감할 법한 주제를 내세운 ‘순한 맛’의 스탠드업 코미디 역시도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정답이 되지 못한 셈이다. 여전히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한국 코미디와의 적절한 결합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