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적자 김경수 조작공모 확정판결
"김경수 범죄, 누가 가장 이득 봤나"
"문정부 정통성, 공격받을 수 있다"
'국정원 댓글' 수사한 윤석열도 '저격'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대선에서 댓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자, 지난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겨뤘던 '피해 당사자'들이 난리가 났다. 불법댓글·여론조작으로 대통령이 된 것 아니냐는 '정통성' 문제제기에도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때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김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그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것에 대해서 재판부는 "참관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판단했다.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가 인정되자, 야권에서는 즉각 문 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을 표했다. 특히 대선의 직접 상대방이었으며 반수가 넘는 조작댓글의 표적이 됐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선봉에 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대구 방문 도중 SNS를 통해 "나 안철수를 죽이려 했던 김경수 지사의 추악한 범죄는 유죄가 확정됐다"면서도 "누가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범죄로 가장 이득을 봤는지는 천하가 다 알고 있다"고 칼끝을 돌렸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추종자들이 당시 후보였던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저질렀던 흉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범죄로 주권자로서의 진실과 알 권리를 침해당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하시라. 그리고 민주주의 앞에 진심으로 반성하시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김경수 전 지사가 공모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감·비공감 클릭 조작 대상은 대선후보별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51%를 차지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40%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6%,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2%였다.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공감·비공감이 조작된 부정댓글을 내용별로 보면 55%가 'MB 아바타' 등 적폐 프레임 씌우기, 25%가 '초딩' '아동' 등 인신공격, 15%가 '갑철수' 등 가족비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와 함께 당시 경쟁 대선후보였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대선의 정당성과 정권의 정통성 상실을 꼬집었다. 또, 대선을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드루킹 일당'의 '가짜뉴스' 댓글공작을 탓하며 중도 하차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비탄의 소회를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대선 때 김경수 지사는 문재인 후보의 수행비서 였기 때문에 김경수 지사의 상선(上線) 공범도 이제 밝혀야 한다"며 책임론을 제기한 뒤 "조작된 여론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최측근의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이 사건은 댓글 조작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악성 댓글과 이를 통한 여론조작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망국적 현상"이라며 "만시지탄이지만 사필귀정이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범죄는 기어이 단죄되고 정의는 반드시 실현된다는 사실에 숙연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대법원 판결을 보면 지난 2017년 대선의 정당성과 현 정권의 집권 정통성에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에 따르면 김경수 지사가 공모한 '드루킹' 일당의 불법댓글·여론조작이 대권 경쟁이 오차범위 내의 혼전 양상으로 치러지던 시점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진 뒤, 한 달 간의 각 정당 내부 경선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은 4월 3일, 안철수 대표는 그 이튿날인 4일에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그 직후 가장 중대 국면이었던 4월 한 달 동안 드루킹 일당의 불법댓글·여론조작 횟수가 폭증했다. 4월 1주차에는 댓글의 공감·비공감 조작 수가 39만4920회였으나 2주차에 110만6419회로 3배 가까이 뛰었으며 △3주차 162만2624회 △4주차 211만7330회 △5주차 224만3128회의 조작이 자행됐다.
4월 한 달 동안 안철수 대표에 대해서는 2만5942회의 부정적 댓글을 달고 여기에 224만3128회의 공감 클릭 작업을 했으며,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1만9784회의 긍정적 댓글을 달고 여기에 152만3248회의 공감 클릭 작업을 했다. 수백만 회의 불법댓글·여론조작이 난무하는 가운데 치러진 대선인 만큼 정당성과 정통성에 대한 의문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시절, (박근혜정부의 이른바 국정원) 댓글공작에 대해 '청와대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시절의 말씀을 준용해 국민들께 유감표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이준석 대표는 "그 당시 (국정원 댓글 공작은) 박근혜 캠프에서 일어난 일어난 일도 아니었고, 이명박정부의 공직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인데도 정권의 정통성을 공격했다"며 "똑같은 논리로 문재인정부의 정통성을 공격할 수 있다. 내로남불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청와대가 겸허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새정치연합 대표 시절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집요한 대정부 공세를 취했으나, 자신의 대선 수행팀장이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불법댓글·여론조작과 공모한 것으로 확정판결이 난 이날에는 청와대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 점을 꼬집었다. 범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변신한 윤석열 전 총장은 이날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의 여론조작, 선거공작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결국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다양한 방법의 여론조작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민의를 왜곡하는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