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커머스 대전①] 이베이 품은 신세계 vs. 자생력 확보 사활 롯데


입력 2021.08.03 07:01 수정 2021.08.02 15:57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거래액 50조로 껑충, 가격경쟁력 높이고 1조원 규모 물류 투자도 단행

롯데온 대대적인 쇄신…수장부터 조직부터 전면 개편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신세계그룹, 롯데그룹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강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유통 맞수인 롯데그룹도 롯데온을 앞세워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여기에 기존 이커머스 강자인 네이버와 쿠팡도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올 하반기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편집자주]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라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달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정 부회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장 경쟁 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 해가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의 바람이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전체 유통업계를 통틀어 가장 핫한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연초 야구단 인수에 이어 패션 플랫폼(W컨셉),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추가 인수까지 굵직한 M&A 사건엔 신세계의 이름이 끊임없이 등판했다.


신세계그룹의 서비스·상품·공간을 하나로 연결하고 그 안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신세계 유니버스(Universe)’ 구축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SG닷컴이 지난 6월 초 ‘오픈마켓’ 사업을 시작했다.ⓒSSG닷컴

그간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신세계는 최근 온라인 경쟁력을 대폭 강화하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3위 업체인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온라인과 디지털로 기존의 사업 구조를 180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업계에 비해 강점으로 평가되는 이마트의 신선식품 등 상품 경쟁력과 이베이코리아의 270만 유료고객을 비롯해 국내 최대 규모의 판매자 풀, 개발자 등 인적 역량을 더해 ‘완성형 이커머스’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그룹 전체 거래액이 연간 50조원에 이르는 만큼 통합매입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마트의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거점으로 탈바꿈 시키고,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 기존 이커머스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앞서 지난 5월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2021 아시아 100대 유통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는 전체 9위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 5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쏟아 부은 신세계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시선이다.


이에 신세계 측은 이마트 매장 등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매각 보다는 매각 이후 다시 임대해 매장을 운영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하고 사업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이베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롯데온, 조직부터 정책까지 모두 다 ‘새로고침’


롯데는 그룹 종합 온라인 채널인 롯데온의 자생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대대적인 쇄신이다. 그간 내부에서 맡아왔던 롯데온의 수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사업 조직을 별도로 분리하는 등 대규모 조직개편도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4월 나영호 신임 롯데온 대표를 영입했다. 나 대표는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 대홍기획 출신으로 최근까지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G마켓, 옥션 등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을 담당했으며 업계에서는 온라인 사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기존 전무급이 맡았던 롯데온 대표 자리도 나 대표 영입과 함께 부사장급으로 겪상됐다. 오프라인 중심 사업구조에서 온라인으로 체질개선을 본격화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롯데온

나 대표 영입 100일이 지난 현재 업계에서는 롯데온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간 적자폭을 만회하는 수비적 전략에서 최근에는 매월 대규모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로 완전히 돌아섰다.


이르면 이달 중에는 롯데온에 대한 대규모 조직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내 백화점, 롯데마트의 온라인 담당 인력을 롯데온으로 이동, 이커머스 조직을 롯데온에 모두 배치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대표를 컨트롤타워로 그룹 온라인 유통을 롯데온에서 맡게 되는 구조다.


롯데온 출범 이후 지속됐던 조직 일원화 문제를 해결하는 셈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롯데온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초 롯데쇼핑 내 7개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하나로 모으는 물리적 결합에만 그쳐 제대로 된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이커머스 기업 관련 M&A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비용 대비 시너지가 낮을 것이란 판단에 따라 포기했지만 M&A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강희태 유통BU장은 6월 이베이코리아 인수 무산 이후 사내망을 통해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의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등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1세대 온라인몰 인터파크가 매물로 나와 있고 2019년 한 차례 협상을 진행했던 티몬 인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롯데는 올 들어 전략적 투자자 자격으로 200억원을 투자해 중고거래플랫폼 '중고나라' 인수에 참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관련 업체 인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이마트, 홈쇼핑, 건설, 정보통신 등 계열사들이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일제히 나섰다. 이중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VR 콘텐츠 및 메타버스 전문 벤처 기업 비전브이알을 인수했다.


최근 식품‧유통업계에서도 메타버스 서비스를 연계해 MZ세대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유통사업 비중이 높은 롯데도 이를 활용해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커머스 대전②] ‘배송망이 곧 영토’ 물류 인프라 확대 총력>에서 이어집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