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체 판매 2.7% 감소…대형차·고급차·수입차는 증가
수입차 점유율 급상승…대수 기준 15%→18.1%, 금액기준 30% 넘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 위축에도 불구, 가격이 비싼 대형차와 고급차, 수입차 판매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대수 기준으로 18%를 넘었고, 금액으로는 30% 이상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92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판매 대수가 역대 최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3년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서의 소폭 감소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수입차 점유율이 급상승하는 가운데 중견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KAMA는 지적했다.
상반기 국내 자동차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수요고급화’와 ‘양극화’다.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중소형 차종 판매는 감소한 반면, 대형 SUV와 하이브리드차, 수입차 판매만 증가한 것이다.
대형 SUV는 전년 동기 대비 52.6% 증가한 20만대, 하이브리드차는 71.3% 증가한 11만3000대로 올해 승용차 판매의 약 40%가 두 차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소득양극화에 의한 수요 고급화 확대, 코로나19로 인한 캠핑 등 국내 여행 증가 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산차 판매는 6.2% 감소한 반면, 수입차는 전년 동기 대비 17.9%나 증가하면서 수입차 점유율도 크게 늘었다.
수입차 판매대수는 16만7000대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 15.0%에서 3.1%포인트 상승한 18.1%를 기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국내 시장의 30%를 점유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차는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비중이 큰 만큼 금액 기준 점유율은 더 높아진 것이다.
특히 애스턴마틴, 벤틀리, 롤스로이스, 맥라렌,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4억원을 넘는 초고가 수입차 판매도 올 상반기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국가 브랜드별 판매는 독일계 미국계, 일본계, 중국계 순이었으며, 독일계가 상반기 중 1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수입차 중 1위일 뿐 아니라 내수시장 전체로도 현대차와 기아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중국계는 전기차 전 차종 확대와 고급 SUV 브랜드 볼보의 판매확대로 17.8% 늘어 전년대비 증가율로는 독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간 양극화도 심해졌다. 현대차·기아는 대형 SUV와 하이브리드 신차 투입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외국계 중견 3사는 34.9%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동력원별로는 친환경, 전동화 추세가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휘발유·경유차는 계속해서 판매가 줄어드는 반면, 전기동력차는 시장점유율이 두 배 가량 확대됐다.
순수전기차(BEV)는 수입차 위주로 시장규모가 두 배 가까이 늘어 시장점유율이 2.3%에서 4.3%로 확대됐다.
이 중 전기승용차는 2만5000대가 등록돼 전년대비 51.0% 증가했다. 수입차 비중이 대수 기준으론 지난해 53%에서 올해 60%로 7%포인트 증가했고, 금액 기준으론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산 급증은 수입산과 국내산 간 개소세 부과 시점 차이,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거래 금지 등 수입산 대비 국내산 역차별, 전기차 보조금을 노리는 외국계 기업들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 소득양극화와 수요고급화 경향 등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버스는 전년대비 113.5% 늘어난 363대가 신규 등록됐다. 중국산 비중은 35%에서 41%로 늘어났고, 총 20여 종에 이르는 중국산의 저가공세로 평균 판매가격은 하락세로 나타났다.
수소차 보급도 증가세이나,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승용차와는 달리 버스는 보급사업 추진 지자체 부족, 지자체별 보조금 규모 차이, 전기차 대비 부족한 보조금 등으로 전기동력차 보급사업 중 속도가 가장 뒤처지는 모습이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자동차 수요의 고급화·개성화·대형화 추세 속에서 수입산 판매만 급증하는 추세는 생각해 볼 일”이라며 “국내산 판매부진은 중견 3사의 노사갈등과 신모델 투입 부족 등 기업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하나, 개소세 부과시점 차이,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거래 시장 참여 금지 등 수입산 대비 국내산 역차별 등의 문제도 있음을 감안해 국내산이 수입산과 동등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여건을 개선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