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비웃는 단체 모임 이어져
연예계 확진자 잇따라...안일한 방역 실태 지적
모임 인원이 제한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해당 지침을 비웃 듯 이를 어기고 불법 영업을 하는 유흥주점, 대규모 종교 모임 등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방역 위반 모임'은 연예계에서도 빈번히 벌어지고 있었다.
복수의 연예계 관계자에 따르면 제작 PD A씨를 주축으로 한 연예계 종사자 모임이 최근 방역 수칙 위반 의혹을 받을만한 회동을 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고기 집에서 회식을 했고, 이번 달에는 강서구에 위치한 횟집에서 모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 식당은 모두 연예계 관계자들이 운영하는 곳들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5일 이 비밀 모임이 진행된 식당은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운영 중인 곳이었다. 이들은 업계 관계자들이 개업한 식당을 모임 장소로 택하면서 거리두기 단계에도 구애받지 않고 술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셈이다. 이번 모임이 진행된 5일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시기다.
입수한 회비 지출 명단에 따르면 해당 모임에는 최근 한참 주가를 올린 걸그룹 기획사 임원진을 비롯한 다수 엔터테인먼트 임원진과 언론사 관계자, 작가, 금융권 산하 후원재단 관계자 등 연예계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각계의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해당 모임을 위해 만들어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무려 90여명의 인원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 모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업계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이 모임은 매달 일정한 회비를 걷고 친목 도모를 위해 만남을 가진 후 남은 금액을 기부하자는 일종의 ‘기부 모임’의 형식을 띄고 있었다. 현재도 회비 일부는 기부하고 있다.
그러나 모임의 성격이 어찌되었든 현재 코로나19 시기 방역 수칙까지 어겨가면서 모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한 관계자는 “기부라는 명목도 좋지만, 코로나 시국에 모임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누구 하나 코로나 시국에 이런 모임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놀랍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방송가에 확진자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최근 연예계에서는 다수의 확진자들이 발생하면서 방송 등의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방송인 정가은, 엑소 시우민, 트레저 도영·소정환, 가수 김희재·영탁·서인영, 배우 지창욱·윤정희·안희연(EXID 하니), 모델 한혜진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최근 확진판정을 받고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촬영 중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가수 매니저 B씨는 “지금까지 많은 프로그램을 돌면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 현장을 보지 못했다. 거의 매일 방송국을 드나들지만 선제 검사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고, 심지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제대로 방역지침을 지키는 촬영장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광범위한 연예계 연쇄 확진은 안일했던 방송가의 방역 실태에 대한 쓴소리로 이어졌다. 지난 5월 이미 한 차례 연예계에 대거 확진 사태가 발생했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당시에도 보다 체계적이고 꼼꼼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여전히 가이드라인은 물론, 관계자들의 경각심의 부재가 이런 사태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 촬영 현장의 경우 특수성에 따라 인구밀집도가 높고, 출연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만큼 연쇄 감염의 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방지하지 위해서는 촬영장은 물론, 외부 활동에 있어서도 업계 종사자들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