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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카카오…김범수 ‘ESG’ 의지는 어디에 [김은경의 i티타임]


입력 2021.08.18 07:00 수정 2021.08.17 17:52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새로운 플랫폼으로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만들겠다더니

택시업계 장악하자 ‘요금 인상’…취소했지만 ‘상흔’ 남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 택시 차량.ⓒ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는 소통·이동·금융 등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불편한 영역을 재정의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왔다.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기존에 없던 직업이 생겼고 파트너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게 됐다.”


올해 5월 카카오의 첫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김범수 의장이 한 말이다. 그의 말에는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는 플랫폼 기업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히고 난 뒤여서였을까.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


김 의장의 말처럼 ‘메신저’ 하나로 시작해 일상의 여러 영역에서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 덕에 삶이 많은 부분이 변화했고 빠른 일 처리가 가능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 논란을 보면서 카카오가 현재 가려는 길과 김 의장이 걷고자 하는 길의 방향이 같은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와 대형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빅테크가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삶을 편리하게 해준다고 칭찬받던 빅테크가 어느새 ‘공룡기업’으로 변해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소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소비자 이익을 훼손하려 한다며 손가락질을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논란이 되는 이유는 빅테크 기업들이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유인해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구축한 뒤 결국 서비스를 유료화하거나 가격을 올려버리는 공통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카카오택시도 똑같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일부터 시행한 카카오 T 택시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의 요금 범위를 ‘0원~5000원’으로 올렸다가 ‘0원~2000원’으로 재조정했다. 요금 인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10여일 만이다.


택시는 엄연히 공공의 영역이다. 택시 앞에 ‘카카오’를 달고 있다고 해서 대중의 발인 운송수단을 사유화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논란 뒤 다시 본 김범수 의장의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말에는 더 이상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하는 곳이 맞다. 하지만 사회 전체에 끼치는 피해와 독점 행위가 분명해진다면 규제 기관의 칼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하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목전에 와 있다. 거대 플랫폼 기업에 칼을 빼든 ‘전 세계 첫 시도’다.


자국 기업인 카카오만 예외라는 법이 있나. 이윤에 대한 욕심이 공공성의 영역을 또 한 번 침범하는 단계에 다다를 때 그 칼끝이 카카오를 향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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