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오리지널 콘텐츠 지니 TV 독점서 OTT 동시 공개로 유통 전략 개편
티빙·웨이브, '임원 겸임' 기업결합으로 '토종 OTT' 통합 초읽기
국내 미디어 플랫폼 업체들이 넷플릭스 질주를 저지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CJ와 SK는 자사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과 웨이브를 합치고, KT는 자사 콘텐츠를 개방하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토종 OTT 연합이 성벽을 높이는 방식이라면 KT는 허무는 방법을 택해 수요 정체 극복에 나선 셈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자사 IPTV(인터넷TV) 플랫폼 지니 TV에서 독점 공개하던 ‘지니 TV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양한 OTT 플랫폼으로 확대 제공하기로 했다.
IPTV는 인터넷을 통해 시청하는 유료 TV 서비스로, KT의 지니TV, SK브로드밴드의 B tv, LG유플러스의 U+tv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자사 IPTV에 독점 공개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확보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이용자 수는 2107만명을 넘겼지만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2020~2023년 증가율은 2020년 하반기 4.38%, 2021년 하반기 3.61%, 2022년 하반기 1.79%, 2023년 하반기 0.54%로 둔화세가 뚜렷하다.
이는 OTT 플랫폼 성장 영향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OTT 이용자 비율은 2022년 72.0%에서 작년 79.2%로 늘었다. 유료 이용자 비율 역시 2022년 55.9%에서 2024년 59.9%로 증가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OTT만의 접근성과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넷플릭스), 환승연애(티빙) 등 자체 제작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가입자가 꾸준히 유입되는 모습이다.
유료 VOD(주문형 비디오) 한 편 가격과 비교하면 OTT의 구독 모델은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같은 여파로 VOD 서비스 이용이 줄어들면서 전체(유료방송) VOD이용률은 2023년 19.5%에서 2024년 18.3%로 축소됐다.
OTT 중심 플랫폼 성장, IPTV 수익원 부진 속에서 KT는 콘텐츠 개방이라는 돌파구를 택했다. KT IPTV 고객에게만 제공되던 오리지널 콘텐츠를 OTT 플랫폼에 풀면서 외연 확장에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전혜진·조민수 주연의 ‘라이딩 인생'을 티빙(TVING)과 지니 TV 무료 VOD로 동시 공개했으며, 4월 7일 공개되는 김민호·김동준 주연의 ‘신병 3’ 역시 티빙과 지니 TV에서 공개한다. 5월에는 강하늘·고민시 주연의 ‘당신의 맛’을 넷플릭스(NETFLIX)와 동시 공개한다.
이같은 선택으로 KT는 확장성 한계(지니TV) 극복 및 수익 다변화를 꾀할 전망이다. OTT업계 입장에서는 KT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로 공급 풀이 넓어지는 장점을 취할 수 있다.
KT가 ‘장벽 허물기’라면, CJ와 SK는 ‘성벽 쌓기’ 전략으로 넷플릭스 독주에 맞서고 있다.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48.9%), 웨이브의 최대주주는 SK스퀘어(36.7%)다.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는 넷플릭스를 잡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작년 신청한 공정거래위원회 '임원 겸임 기업결합' 결과가 나오는대로 실질적인 통합 작업을 준비할 전망이다.
임원 겸임은 A회사의 경영진이 B회사의 경영진으로도 이름을 올리는 경우로, 양사 간 실질적인 경영 관여가 발생할 수 있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된다.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가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에서 이헌 SK스퀘어 매니징 디렉터(MD)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앱·리테일 분석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체 OTT 앱 사용 시간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61.1%이며 이어 티빙(16.5%), 쿠팡플레이(10.2%), 웨이브(9.0%) 순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와 조금이라도 대등한 경쟁을 펼치려면 국내 OTT사끼리 손을 잡는 것이 시급하다.
통합을 위해서는 KT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KT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KT 측은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KT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 티빙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라고만 밝힌 상황이다.
국내 OTT 2개사가 합쳐지고 콘텐츠 소비가 OTT에 집중될 경우, 유료방송 플랫폼에서의 콘텐츠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합병에 목마른 CJ와 SK로서는 '임원 결합'으로 기업결합 초읽기를 진행하는 동시에, KT 동의를 얻기 위한 설득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여곡절을 딛고 티빙·웨이브 '통합 OTT'가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넷플릭스 독주를 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부터 유통까지 통합된 시스템을 갖춘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생산력을 바탕으로 매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고 글로벌 유통력이 약한 국내 OTT가 이에 맞서려면, 투자 기반을 강화하고, 유통망을 넓히며,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