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
챕터마다 미션과 나은 작가 피드백 인상적
글을 쓰는 일을 하다보면 다른 부업의 유혹이 있다. 대부분 글과 연결된 일이다 .그래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취재하는 김에 대놓고 부업 영역을 알아봤다.
선택한 플랫폼은 클래스101이다. 재테크, 커리어, 시그니처 등 2000여 개의 클래스 등 선택지가 많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였다. 명사 강의들로 꾸려진 원더월과 바이브도 살펴봤지만 취미나 호기심으로만 듣기에는 부담스러운 커리큘럼이었다.
강의가 너무 많아 고르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왕 듣는 거 내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강의를 고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고른 강의는 '요즘 작가가 알려 주는 요즘 대본, 공모전 시나리오 완성하기'였다. 강사는 웹드라마 '그날의 커피'를 집필한 나은 작가다. 요즘 취재를 하면서 1020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웹드라마 시장이 성장하고 파급력이 커지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참이었다. 또 '요즘 작가'라 하니, 기존의 시나리오와 무엇이 다를까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대학생 시절 '시나리오 작법' 수업을 들으며 완성하지 못해 깊숙이 처박혀 있는 기자의 반쪽짜리 시나리오를 완성시켜볼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도 있었다.
커리큘럼은 '입문자를 위한 시나리오 기본 법칙 5가지', '지금 바로 시작하는 시나리오 작법 6단계', '시나리오 전개의 3가지 비밀', '더하기: 매력적인 시나리오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빼기:완성도를 높이는 3가지 뺄셈의 미학',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작가로 살아남는 법'으로 구성돼 있었다. 6시간 분량의 강의로 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장인 입장에서 짬을 내 틈틈이 듣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첫 번째 수업인 '지금 바로 시작하는 시나리오 작법 6 단계'는 글쓰기에 앞서 마인드 컨트롤부터 진행된다. 나은 작가는 자신의 글감과 실력을 의심하지 말고 일단 쓰라고 말한다.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들, 조금 더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은 작가의 말이 가르침보다는 동행자 같은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인상적이었던 말은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냥 이건 태워먹은 요리다 생각하고 미련 없이 덮으라. 그리고 새로 쓰라'라는 말이었다. 만족하지 못하거나 실패해도 '그럴 수 있지'라고 의연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조언하는 말이, 수강생들과 같은 마음을 겪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신의 구성이나, 지문 묘사, 시간, 장소 이동, 대사 등 기본적인 포맷을 가르쳐준다. 시나리오를 처음 쓰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돼 있다. 또 정석은 아니지만 그가 시나리오를 쓸 때 쓰는 지문 활용을 가르쳐주면서 깔끔하고 정돈된 지문을 쓸 수 있도록 도왔다. 매력적인 대사의 법칙도 흥미로웠다. 커다란 갈등을 앞둔 상황에서는 겉과 속이 다른 대사로 하여금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으라고 말했다. 예시로 들었던 지문과 대사와 함께 왜 그래야 하는지 나은 작가의 설명이 따라왔다.
지문 묘사, 장르 정하기나 대사 입히기, 단원 마무리 등 수강생들에게 미션이 주어지는 파트가 있다. 수강생들이 미션을 댓글이 올리면 나은 작가가 피드백 해주는 형식이다. 기자는 미션을 하진 않았지만 피드백 커뮤니티 창으로 어떻게 피드백을 주고받는지 살펴봤다. 꼼꼼하게 나은 작가가 감상과 아쉬운 점 좋은 점들을 전달해 주니, 이 수업을 듣는 사람이라면 꼭 미션을 수행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영상과 함께 수업 노트가 제공되는데, 이 노트는 1000포인트를 지불하면 평생 소장할 수 있다. 이 수업노트가 정리 노트라고 착각해 받았는데, 수업노트는 영상 밑에 달린 타임라인과 다음 수업 예고가 담길 PDF 파일이었다. 굳이 받을 필요는 없어보였다.
스토리를 구성하기 위한 뼈대, 중요한 기술 등이 잘 정리돼 있어 실용적으로 초보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강의였다. 이미 기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는 내용과 중복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작사와의 미팅에 관련한 영상은 경력을 불문하고 수강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작사가 하는 일을 설명해 주며 제작사와 미팅하는 법, 주의 사항, 원고료에 대한 생각들을 가감 없이 알려줬다. 또 자신이 사기당할 뻔한 경험을 들으며 제작사와의 계약에 있어서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취재 때문에’ 시작된 체험기지만 다 듣고 나니 ‘덕분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클래스를 들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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