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우먼 파이터’ 참가자 향한 뜨거운 반응
경쟁, 다툼 강조하는 방식에는 호불호
엠넷이 ‘스트릿 우먼 파이트’와 ‘걸스플래닛999’에서 경쟁과 갈등, 다툼을 강조하는 연출로 ‘진부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잔혹한 스트릿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성 댄서들의 생존 경쟁을 담은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첫 방송됐다.
YGX, 라치카, 웨이비, 원트, 프라우드먼, 코카N버터, 홀리뱅, 훅까지. 참가자들은 첫 회부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동안 무대 뒤에 있던 댄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신선함이 돋보인 프로그램으로, 화려한 경력의 참가자들이 보여준 완성도 높은 무대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다만 이를 포장하는 엠넷의 방식이 구시대적이었다는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서로의 실력을 평가하게 하며 그들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모습들이 담겼다. 스트릿 댄서들의 배틀 문화를 담은 방송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엠넷의 방식이 지나쳤다는 반응이 이어진 것이다.
각 크루에서 약자로 지목된 멤버들에게는 ‘노 리스펙’(NO RESPECT)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는가 하면, 이채연이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당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 것이 그 예다. 이는 오히려 제작진들이 실력자들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란 지적이었다.
참가자들이 정당하게 실력을 겨루고 결과를 수용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흥미가 느껴졌지만, 싸움 콘셉트를 지나치게 강조한 제작진의 선택이 오히려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자아냈다. 나아가 갈등과 관계만을 강조하다 실력자들의 무대 매력을 온전히 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유발했다.
이는 엠넷의 고질적인 문제기도 하다. 래퍼들의 대결을 다룬 ‘언프리티 랩스타’를 비롯해 다수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 간의 갈등을 집중 조명하며 화제성을 높여왔다. 이 과정에서 갈등 부각을 위해 참가자들의 말이나 리액션을 재구성하는 등 악마의 편집으로 피해자를 만들기도 했다.
현재 방송 중인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이어졌다. 첫 회에서는 그룹 CLC ‘헬리콥터’ 무대를 선보이게 된 중국팀이 CLC 최유진과 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담겼다. “원곡자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도발적인 발언과 이에 난감해하는 최유진의 모습을 교차로 편집하며 그들의 신경전을 부각한 것이다. 최근에는 참가자들이 커넥트 미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세인이 쓴소리를 듣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담는 등 객관적인 시선에서 참가자들의 실력을 지켜볼 수 없게끔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제는 엠넷의 이 같은 전개 방식에 시청자들도 익숙해졌다. 자극적인 내용들이 담기면 ‘엠넷식 악마의 편집’이 아니냐는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곤 한다.
최근 서바이벌 방식을 차용하는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현재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재미를 만들어내기보단, 매력 조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를 통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여 감동을 끌어내는 것이다.
‘싱어게인’에 이어 ‘슈퍼밴드2’까지. JTBC 오디션들이 긍정적 사례가 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의 특징은 숨은 고수들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그동안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꾸준한 노력을 이어온 참가자들에 독설보단 격려와 적절한 조언을 전하며 존중을 보여준다. 특히 ‘슈퍼밴드2’에서는 함께 밴드를 구성해야 하는 만큼 경쟁보단 연대의 힘을 강조하며 무대의 퀄리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회 새로운 매력의 무대들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SBS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는 ‘내면의 특별함을 가진 참가자’들을 찾겠다는 포맷을 내세우고 있고, 이에 참가자들이 가진 매력을 파헤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국악의 매력 전파를 목표로 한 MBN ‘조선판스타’도 실력자들의 무대를 통해 국악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한다.
최근 다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무대의 힘만으로도 충분한 흥미와 감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건강한 재미를 만들고 있는 여느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리,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며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기는 엠넷의 선택이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