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나는 17% 받았던 후보지만
지금 당밖에 5% 넘는 후보라도 있느냐"
과거 두 차례나 '제3지대 단일화' 경험자
상황 빗대봤을 때 '요건' 안된다 보는 듯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공직에서 사퇴시켜 '무소속 제3지대 후보'로 만든 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는 구상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해야할 일이 많은 권한대행의 중도 사퇴도 의문일 뿐더러, 그런 단일화에 컨벤션 효과가 있을지에도 물음표를 단 것으로 분석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10대 대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한덕수 대행의 대선 출마설과 관련해 "지금 한덕수 대행이 할 일이 지난 번 박근혜 대통령 때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을 했을 때보다 10배 정도 많다"며 "여기에 집중을 해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 사실 총력을 집중해도 버거운 형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집중하시라"며 "대선에서 제대로 공정하게 (새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도록 열심히 관리하는 게 본인에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한덕수 대행 본인의 출마설 뿐만 아니라 당내 일부 친윤(친윤석열) 성향 의원들이 한 대행을 '옹립' 하려는 구상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대행이 공직사퇴시한(5월 4일)까지 사퇴하고, 그 무렵인 내달 3일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무소속 국민후보'로서 '단일화'를 한다는 그림이 파다하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2022년 대선 때 나는 갤럽 기준으로 17%(의 지지율)를 받았던 후보"라며 "과연 지금 바깥에 그 정도가, 17%가 아니라 5% 넘는 후보라도 있느냐"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거대 정당이 대선후보를 선출한 뒤, 당밖에 있던 무소속 또는 '제3지대'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방안은 지금까지 정당사에서 세 차례 단행됐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가 그것이다. 두 차례는 성공했고, 한 차례는 실패했다.
다만 전제가 되는 상황은 무소속 또는 제3지대 후보의 지지율이 거대 정당 선출 후보보다 오히려 더 높을 정도로 고공 행진을 하거나(2002년과 2012년), 거대 양당 후보 둘이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3지대 후보가 충분히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지지율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2002년 대선 D-50에 보도된 국민일보·여의도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34.8%, 정몽준 무소속 후보 24.3%,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20.2%였다. 노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서 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2012년 대선 D-49에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42.9%, 안철수 무소속 후보 28.3%,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22.2%였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됐으나 박 후보가 승리했다.
△2022년 대선 D-48에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34%,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3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7%였다. 윤 후보로 단일화가 됐고 윤 후보가 당선됐다.
과거 세 차례의 이러한 '단일화' 과정에서 두 차례나 '당사자'로서 경험을 했던 '선험자' 안철수 의원이 보기에는 대선 D-51인 이날 현재 거대 정당 후보들의 지지율과 한덕수 대행의 지지율을 고려해보면,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D-53인 지난 1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37%, 김문수·홍준표·한동훈·오세훈·안철수 등 국민의힘 대권주자군 5인의 지지율 합계는 22%였으며, 한덕수 대행은 2%였다. 설문은 8~10일 사흘간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날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안 의원은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전날 대선 불출마 선언에 따른 유불리나, 경선룰에 관한 유불리를 묻는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경선룰은 1차 예비경선은 100% 국민여론조사로 진행하기는 하되, 역선택 방지조항이 들어갔다.
안철수 의원은 오 시장 대선 불출마와 관련 "지금까지 지난 10년간 선거를 치르면서 한 번도 어떤 룰이라든지 상대에 대해서 유불리를 생각하지 않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은 나 자신"이라고 답했다.
경선룰에 대해서도 "어떤 경선룰이라든지 상대방 후보가 어떤 분이 출마하고 출마하지 않고, 거기에 대해서 여러 질문들이 나왔지만 나는 당에서 정하는대로 그대로 따를 생각"이라며 "농부가 밭을 탓하겠느냐. 룰이 정해졌다면 지금 있는 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각 후보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