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민주당 4선 오제세 인터뷰
"친문 권력 사유화로 국민 고통"
"당내 견제세력 전무, 자정 어려워"
"文, 바보스런 대통령으로 남을 것"
더불어민주당의 당적을 가지고 4선 국회의원을 했던 오제세 전 의원이 돌연 탈당을 선언해 여의도 정가를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민주’를 잃어버린 민주당의 행태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발걸음을 돌리게 된 계기라고 말한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공직에 몸담고 있던 오 전 의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청주 흥덕갑과 서원에서 2004년 총선부터 내리 4선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당이 80석 가까이 쪼그라들며 힘든 시기에도 당을 지켰던 중진 중 한 명이다.
17년의 몸담았던 당을 떠나는 이유로 오 전 의원은 ‘친문‧운동권 패권주의’를 꼽았다. 21대 총선 이후 당내 견제세력까지 대부분 사라져 그들의 독선을 막을 길이 없다고 그는 탄식했다. 단순히 당의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무능한 친문‧운동권이 권력을 사유화하면서 경제가 멍들고 국민들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권교체 가능성”이라고 답했다. 명분에만 치우쳐 제3지대를 주장하는 것은 자칫 현 정권의 연장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오 전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게 만고의 진리”라면서 “권력의 맛을 본 친문‧운동권은 자기들이 부패했음에도 부끄러운 줄 모르지만, 적어도 보수는 부끄러워할 줄 알았다”고 했다.
다음은 오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Q. 애환을 뒤로하고 민주당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할 때 권유를 받고 정치에 입문했다. 야당의원으로 대여투쟁도 많이 했고 나름 민주당을 위해 역할을 다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1대 총선 공천 신청 하루 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이 공천장을 냈고, 나는 경선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당에서 어느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고 일언반구도 없더라. 민주정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Q. 공천을 해주지 않아서 탈당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비민주적 정치의 하나의 단적인 예다. 정당정치에서 공천이 잘못된 것은 기초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권력의 사유화라는 게 공천에서 시작된다. 정권을 잡아 인사를 할 때도 계파와 파벌 위주로 인사를 하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 않나.
문재인 정부가 이제 5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그동안 실정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장 큰 실정은 집값이 100% 이상 올랐는데 역사에 이런 일이 없었다.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든 국민을 다 피해자로 만들어버렸다. 견식이 전혀 없는 사람을 친문 계파중심 인사로 국토교통부 장관에 몇 년씩 앉히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Q. 민주당이 왜 이렇게 독선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나.
“노무현 정부 때 과반수가 무너진 뒤 구조상 야당의 동의 없이는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집권여당의 잘못을 지적만 하면 됐지 잘못할 일이 없었다. 당내에서 ‘친노 패권주의’ 같은 문제가 있긴 했지만, 당내 일이었지 (국가적으로) 외부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Q. 왜 당내 있을 때는 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나. 당내 쓴소리 4인방으로 ‘조·금·박·해’가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 대원칙을 세우고도 지키지 않아서, 문 대통령 취임 초기에 ‘약속을 하고도 왜 지키지 않느냐, 박근혜 정부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아마 그때부터 친문‧운동권에 찍혔던 것 같다. 기초연금 하위 70% 지급과 같이 친문‧운동권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도 할 땐 과감히 했었다.
그런데 20대 총선 때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비문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과 21대 총선 후에는 당에 남아 있는 비주류가 거의 없이 친문 일색이 돼 버렸다. 당내 친문‧운동권을 견제할 세력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제는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Q. 민주당 지지층 중에는 당내 ‘반대 세력’이 떨어져 나갔다고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
“정치는 세력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파는 있기 마련이다. 그 자체를 부정하거나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계파가 권력을 독점하고 사유화하면서 발생한다. 친문‧운동권이 집권을 해서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능하고 사익을 추구하며 부패했기 때문에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조국이라는 사람이 유능하고 법과 상식에 맞는 얘기를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말로는 법과 정의를 얘기하고 정작 거기에 반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김경수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판결을 내린 것조차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니 국민들로서는 황당하지 않겠나.
국민 모두 ‘비상식적’이라고 하는데 자기들만 무조건 옳다고 한다. 마치 사이비 종교와 비슷하다. 권력의 단맛을 본 친문‧운동권이 자기들이 무능하고 부패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끄러운 줄 모른다. 적어도 보수는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 알았다.”
Q. 문재인 대통령의 무능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민심을 받들어 당선됐고,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게 진심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너무 좋았던 정치적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 바보스러운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차라리 대통령은 하지 않았다면 욕은 먹지 않았을 것 같다. 본인은 잘했다고 하시니 제 얘기에 동의하지 않겠지만, 국민들이 냉정하게 평가를 해 주실 것이다.”
Q.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대안인가. 보수진영의 전직 대통령들이 모두 감옥에 가 있다.
“지금 국민이 국민의힘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보긴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공동책임이 있는 국회의원들 중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한 사람이 없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기성정당이 아닌 마크롱 대통령을 탄생시켰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 정치사를 보면, 야당이 잘해서 지지하기보다는 여당의 잘못이 컸기 때문에 야당에 기회를 줘왔다.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국민은 야당에 기회를 주는 것뿐이지 국민의힘을 신뢰하거나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김동연 전 부총리는 제3지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라는 게 이상과 이론으로 되는 게 아니다. 국민의 선택과 뜻이 담아져야 하는데.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은 높은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평가는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여론조사를 국민의 바로미터로 보고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Q. 윤석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여론조사 때문인가.
“대한민국 정치의 주체는 국민이고 국민이 곧 임명권자다. 민주와 공정경쟁, 경제성장 등 국민의 희망을 이뤄줄 수 있는 적임자로 윤 후보를 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개인적으로는 그분이 30년 공직을 수행하면서 나름 국정운영 능력과 철학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위세가 절정이던 때에 정면으로 맞선 이가 누구였나. 정부가 법과 상식에서 벗어나도 누구도 말하지 못할 때 용기를 냈다. 그때 국민은 윤 후보의 철학과 용기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이다.”
Q. 문재인 대통령의 안티태제는 맞지만, 윤 후보의 국가운영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한나라 유방이 모든 것에 능통하고 훌륭해서 왕이 된 게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등용해 성공한 것이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본인이 많이 아는 것이 아니고 엄정하게 유능한 인재를 골라내 배치하는 것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외교‧안보‧국방‧경제‧사회‧노동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를 섭렵한 사람은 없다.
윤 후보는 헌법정신과 삼권분립에 대한 철학이 강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정치경력이 길지 않아 챙겨야 할 사람도 없지 않나. 링컨처럼 자기의 정적조차도 인재로 등용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Q. 대선 이후에 충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정치 욕심 때문이 아닌가. 역대 다른 분들도 개인 욕심 때문에 대선 앞두고 당적을 바꾸곤 했지만 실패했다.
“당을 바꿔서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까지 했던 진영 전 의원도 있다.(웃음) 개인적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개인적 욕심과 역사적 책무가 함께 있는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3당 합당을 해서 집권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집권을 위해 정적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연합했다. 정치는 결과책임이다. 이번 결정도 결과로서 국민의 평가를 받을 것이고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