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이후 닷새째 이어진 '마녀사냥'
지목된 상대 남배우, 팬클럽 반발 성명 발표
배우 허이재와 호흡을 맞췄던 동료 배우들이 연이어 포털에 등장했다. 허이재가 동료 배우의 폭언과 갑질 등을 폭로하면서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수일이 지났지만, 특정되지 않은 주인공 찾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허이재는 그룹 크레용팝 출신 웨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웨이랜드’에 출연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그는 배우로서 활동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방송에 나와도 되나 싶을 정도의 이야기”라고 운을 뗀 그는 “갑자기 용기가 생겼다”며 자신에게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한 남자 배우가 있었고, 자신의 결정적 은퇴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현재(16일 기준) 58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웨이의 유튜브 채널 전체 영상 중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높은 조회수만큼 파장도 컸다. 이니셜 폭로 뒤에 늘 그렇듯 이어지는 ‘마녀사냥’에 애먼 피해자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의 팬클럽은 반발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재 상대 배우로 지목된 남배우 측은 입장 표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허이재가 해당 배우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남배우의 소속사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면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낙인이 찍히게 된다. 억울함을 무릅쓰고, 비공식적으로 부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있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E채널 ‘용감한 기자들’은 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이니셜 토크로 시청률을 올리며 재미를 본 채널이다. ‘현직 기자들의 용감한 폭로가 시작된다’는 키치를 내세운 프로그램이었지만, 연예인의 사생활 관련 뒷담화가 주를 이뤘다. 문제는 이 이니셜 토크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애먼 피해자만 키운다는 점이다. 당시 방송 내용이 끝나면 인터넷에서는 어김없이 이니셜 주인공 찾기 놀이가 이어졌다.
한 예로 걸그룹 멤버가 태국에 광고 촬영 차 머무르던 당시 호텔 객실에서 흡연을 하는 바람에 화재경보기가 울려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순한 외모’ ‘여리여리한 몸매’ ‘성격도 좋은 톱스타 A양, 욕과 담배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등의 힌트를 던졌다. 시청자들은 힌트를 바탕으로 추측한 결과 AOA 설현을 지목했다. 그가 방송 당시 태국에서 광고 촬영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허이재 역시 이 이니셜 토크를 무기로 한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허이재도 폭로와 함께 ‘현재 유부남이고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허이재가 2016년 활동을 중단했다는 점’ ‘허이재와 연인 호흡을 맞췄던 배우’ ‘해당 작품이 감독의 입봉작이었다’ 등 힌트를 줬다. 이 단서들을 조합해 특정인물이 거론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때문에 뒤늦게 “누군가를 저격해 공격하기 위한 제작 의도가 아니기 때문에 마녀사냥은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허이재의 당부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만약 유튜브의 홍보 때문이 아닌 부적절했던 배우의 과거를 폭로하고자 했던 목적이라면, 적어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