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EP 앨범 '정류장' 데뷔·SL스튜디오 소속
DSP 미디어 아티스트 랩 트레이너
2019 대경대학교 한류캠퍼스 K-POP과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100년'참여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 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아날로그 소년은 2007년 미니앨범 '정류장'으로 데뷔한 래퍼로, 자신의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며 대경대학교 남양주 캠퍼스에서 실용음악학과에서 강의를 했다. 또한 SL 스튜디오에서 아이돌, 래퍼 지망생,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연수 랩 강연을 다니며 자신이 쌓아온 랩 기술과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는 그가 래퍼가 된 지 14년째 된 해다. 어려서부터 랩을 좋아해 취미로 삼다, 군대 다녀온 후 '앨범 한 장을 내고 미련을 버리자'라고 시작한 이후, 계획과는 다르게 랩에 대한 애정이 더 커져 지금까지 래퍼로 또는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딱히 꿈은 없었지만 회사 다니면서 평범한 삶을 살 줄 알았어요. 흘러가다 보면 뭔가 하고는 있겠지란 생각이랄까요. 랩은 평생의 취미라고 생각했고요. 이게 직업이 될지 몰랐죠. 주변에 랩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어 같이 해볼까 싶어 발 한 번 담갔다가 몸까지 담그게 됐네요.(웃음)"
그가 랩을 배울 당시만 해도 외국 랩을 듣고 자신의 랩에 적용시키는 연습을 반복하며 독학이 유일한 길이었다. 이제는 랩이 대중화되고 유튜브를 비롯해 학원 등에서도 랩을 쉽게 배울 수 있게 됐다. 그가 남에게 랩 기술을 가르치게 된 건 개인 레슨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개인 레슨으로 랩을 가르치다가 점점 요청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수요가 많아지면서 랩을 가르치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실용음악학원, 기업, 대학교 측에서 랩 강연에 대해 먼저 연락을 줬고, 그런 것들을 소화하면서 지금의 제가 됐어요."
DSP 미디어에 랩 트레이너로 있을 시 그가 가르쳤던 이는 카드의 비엠과 제이셉이다. 그리고 현재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의 랩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래퍼가 되고 싶어 하는 지망생들에게 강조하는 건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이다. 이는 곧 남을 흉내 내기 보다 자신이 주체가 돼 음악을 끌어가는 능력이 된다.
"랩은 타 장르와 다르게 깡(자신감)이 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랩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직접 가사를 써야 해요. 남의 랩을 잘해봤자 그건 의미가 없어요. 본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하죠. 저는 가르칠 때 그런 점을 중요시해서 접근하고 있어요."
랩의 플로우를 만들어주는 라임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처음에는 다들 어려워하지만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학생들이 쉽게 라임 있는 가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라임은 필수입니다. 라임이 없는 랩은 랩이 아니죠. 예전에 1990년대 초반 음악의 랩에는 라임이 없었어요. 당시는 랩이 댄스 음악의 조미료처럼 들어갔어죠. 지금은 랩을 랩답게 만들어주는 핵심입니다. 그리고 계속 라임을 신경 쓰면서 가사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전해요. 처음부터 탁월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자신의 앨범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다만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곡이 쌓이고 준비가 됐을 때 발표한다. 지금도 다음 앨범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자신의 음악을 놓을 생각이 없다.
"앨범을 수년간 안 내고 몇 장 없는 사람에게 누가 배우고 싶겠어요. 커리어가 있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래퍼가 선생으로도 더 매력적이죠. 자기 음악을 안 하고는 누구를 가르칠 때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올 것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저는 제 음악을 항상 준비하고 있어요."
아날로그 소년은 지금처럼 랩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엠넷의 '쇼미더머니'로 꼽았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신이 커지기 시작했고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자극적인 부분과 논란이 많아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쇼미더머니' 이후 신이 커진 게 피부로도 느껴져요. 이후에 랩을 가르치는 학원도 많아지고 중, 고등학교에서도 강연이 들어왔어요. 지금은 엄연한 메이저 장르가 됐죠. 사실 처음에는 반갑지 않았어요. 래퍼들의 자존심 문제도 있고, 래퍼들끼리 경쟁을 부추기고 자극적으로 방송을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쇼미더머니'는 승리했고, 그 프로그램의 존재에 대해 지금은 아무도 토를 달지 않잖아요."
그가 힙합신에 거창하게 바라는 건 없다. 과거 래퍼를 바라보는 선입견이 희미해졌고 랩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됐다. 오래도록 현상 유지가 되길 바랄 뿐이다.
"예전에는 힙합, 랩, 래퍼에 대해 시선이 좋지 않았어요. 음악 같지 않다란 인식도 있었고 무시도 당했죠. 그런 것에 비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힙합을 사람들이 제대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의 힙합 신이 개선되어야 한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처럼 사람들이 계속 랩을 좋아하고 찾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시작할 때 '마흔까지 래퍼로 살자'라고 다짐했던 아날로그 소년은 현재 서른아홉이 됐다. 내년이면 멀게만 느껴졌던 마흔 살이 됐고 목표를 이뤘다.
"제가 가르쳤던 친구들이 데뷔를 해서 활동을 하나둘씩 해나가고 있고, 저도 제가 목표한 것들을 이뤄나가고 있어요. 가리온의 MC 메타 형님이 저와 열두 살 차이가 나는데 MC 메타 형님을 보면 '내가 그때까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종종 해요. 이제 나이를 떠나 할 수 있을 때까지 랩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