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수정촉구 서한…靑 "입장없다" 침묵
인권위도 국제사회 지적에 "언론자유 위축시킬 우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청와대와 국회에 서한을 보내오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해외 언론단체와 학자들도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까지 제동을 걸면서 한국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로 낙인찍힐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정작 '국제적 망신' 위기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침묵했다. 이번 추석연휴기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현지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계기로 언론중재법이 국제사회 이슈로 부각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언론중재법 처리 문제가 국내 쟁점사안을 넘어 글로벌 이슈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현자유 억압" 국제사회 우려 속 '나라망신' 위기
실제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HRW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HRW는 개정안의 '허위·조작 보도' 부분과 관련해 "언론사가 소송을 유발할 수 있는 보도를 피하려고 자기검열을 하면 비판적 보도와 인기 없거나 소수 의견에 대한 보도 등 다양한 표현을 제한할 잠재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지난달 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서한을 보내 "언론중재법이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인권규약에 위배된다는 의혹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알려 달라"고 했다.
외교가 안팎에선 유엔 차원에서의 문제 제기는 '언론의 자유 후진국'이란 오명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국경없는기자회, 국제기자연맹, 세계신문협회 등도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공개 비판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와 유엔까지 나선 상황이지만, 정작 청와대는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언론중재법은 현재 국회에서 협의체를 통해 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눈치'를 보던 국가인권위원회의도 지난 17일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 삭제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허위·조작보도의 개념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성립요건과 관련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면서 "결국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과 다른 비판적 내용을 전달하는 언론보도까지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2일부터 27일까지 미국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LA)를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에서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를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