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딸 근무에 '뇌물성 특혜' 논란…뇌물죄 검찰 고발 당해
6억에 분양받은 대장동 아파트 15억으로…뇌물성 특혜 의혹 증폭
'가짜 수산업자 포르쉐' 논란 두달 만에…부적절 처신이 논란 자초했나
국정농단 수사팀을 이끌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죄로 엮은 자타공인 '뇌물 수사 전문가' 박영수 전 특검이 '화천대유 게이트'에 연루되며 또다시 뇌물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법조계 고위인사로서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만큼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혁명당은 27일 박 전 특검을 뇌물수수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제출한 고영일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의 딸 박모씨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성남 시장 재직시절 추진했던 대장동 택지개발 사업 관련 특혜 의혹이 들끓고 있는 화천대유에 취업했다가 최근 사직한 사실 드러났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 전 특검은 뇌물수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화천대유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곽 씨에게 5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액수를 건넨 뒷배경엔 곽상도 의원에게 청탁할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다.
이러한 가운데 박 전 특검의 딸도 곽 의원 아들과 비슷한 시기에 화천대유에서 일하다 최근 퇴사한 사실이 밝혀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각계는 화천대유가 고위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점에 비춰 유력인사의 자녀인 박 전 특검의 딸이 받은 퇴직금 규모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더해 딸 박씨는 화천대유가 보유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도 알려져 뇌물성 특혜 의혹이 증폭된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딸 박씨는 지난 6월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 1채를 분양받았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는 6억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 시점에서 화천대유 측이 박 전 특검에게 금품을 건네고 이에 따른 대가를 요구했다는 물증이 포착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천대유가 박 전 특검과 밀접한 관계인 딸 박씨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현안을 도와준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을 경우 '묵시적 청탁'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이는 박 전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서원 씨를 뇌물수수자와 공여자로 묶은 국정농단 사건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중간에 제3자가 끼는 '제3자 뇌물죄'를 활용해 수사 성과를 냈던 박 특검이 스스로 비슷한 형태의 뇌물죄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 전 특검이 뇌물죄 의혹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2월 가짜수산업자 김씨로부터 대당 1억원이 넘는 포르쉐 승용차를 빌려 타다가 김씨가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뒤늦게 렌트비를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고, 명절에는 대게와 과메기 등 선물을 받은 사실도 함께 드러나 뇌물 의혹이 불거졌다.
다만 경찰은 박 전 특검의 뇌물 혐의는 빼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가 박 전 특검에게 선물을 보낸 것은 맞지만, 그에 따른 대가를 받았다는 정황은 밝혀내지 못한 탓이다.
김씨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유력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혹이 여전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뇌물 수사 전문가인 박 전 특검이 거듭 뇌물죄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분명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질타했다.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본인의 행동들이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음을 몰랐을 것으로 생각하긴 어렵다"며 "실제로 유죄 판결을 받느냐를 떠나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