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아들 노엘, 음주운전 의심돼도 입증 어렵다

전문가 "피고인이 위드마크 공식 부인하면 잣대 특히 엄격해"

만취운전 경우 음주측정 거부가 더 낮은 형량 받을 수도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이 지난달 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이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 가운데, 실제 음주운전을 했는지는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장씨가 사고 당일 방문한 주점의 CCTV 영상 등을 확보 했으나 구속영장 신청서에는 음주운전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장씨에게서 술 냄새가 나는 등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정황을 감지했지만, 현장에서 음주 측정이 이뤄지지 못했고, 음주운전 여부를 사후에 수사로 밝히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음주운전 사후 추정이 필요할 때 경찰은 마신 술의 도수와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기법인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활용한다. 문제는 법원이 위드마크 공식으로 산출된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인정하는 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드마크 공식으로 나온 결과를 피고인이 인정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부인할 경우 법원은 특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며 "체중, 성별, 체질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 감소치가 다르다 보니 위드마크 공식으로 정확히 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2015년 충북 청주 '크림빵 뺑소니' 사건 가해자 허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혐의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경찰과 검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허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 취소 수준으로 산정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허씨 측은 여러 변수가 작용했을 수 있다며 실제 혈중알코올농도가 추산치보다 낮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탓이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만취운전일 경우 음주 측정에 응하는 것보다 거부하는 게 오히려 더 약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2의 2항은 경찰의 음주측정에 불응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있다. 3항은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사람은 음주측정을 불응하는 것이 형량이 낮은 셈 이다.

앞서 장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음주 정황을 확인하고 장씨에게 음주 측정 및 신원 확인을 요구했으나 장씨는 이를 거부하면서 경찰을 밀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장씨는 지난달 30일 경찰에 출석해 6시간여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음주운전을 했나" "아버지가 캠프 사퇴까지 했는데 할 말이 없나" "왜 음주 측정을 거부했나" "당시 상황 폭행 기억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어 서초경찰서는 1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와 무면허운전, 자동차 파손, 상해, 공무집행방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장씨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