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유동규 통화내용·전후과정 놓고 의구심 증폭
유동규, 텔레그램 비번 제공 고의로 거부 가능성…'전화기 투척' 이어 또 수사협조 거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복심으로 꼽히는 정진상 현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져, 전후 과정과 통화내용 등을 놓고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4일 정 부실장이 공개한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9월 29일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유 전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부실장은 당시 통화 이유에 대해 "녹취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고 충실히 수사에 임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달 20일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제가 들은 바로는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디.
이 후보의 당시 발언과 정 부실장의 입장문을 종합하면, 정 부실장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하며 몸 상태 등을 묻지 않고 "수사를 충실히 받으라"고 당부한 셈이 된다. 당시 정 부실장과 통화한 유 전 본부장의 상태가 어땠는지 재확인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치기 직전 정 부실장 등과 통화한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집어 던져 누구와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 등을 숨기려고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현재 경찰은 문제의 휴대전화를 찾아내 통화내역 분석 및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포렌식이 끝나면 검찰의 압수수색 전후로 유 전 본부장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진행됐는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 속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의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수사는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 중인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텔레그램 비밀번호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통화 기록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의 복구·분석 작업에 착수했지만, 텔레그램의 경우 비밀번호가 별도로 설정돼 있었고,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도 이 번호를 알지 못해 열어보는 데 실패했다. 텔레그램은 사용자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를 고도로 암호화해 저장하는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다. 서버가 해외에 있고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
유 전 본부장이 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지 2달도 채 되지 않은 데다가 이미 1차례 은폐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수사당국 안팎에서는 그가 텔레그램 비밀번호를 고의로 제공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9월 중순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같은 달 29일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 할 때까지 열흘 가량 사용했다. 그는 이 휴대전화로 텔레그램을 주로 사용하고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 전 본부장이 텔레그램으로 누구와 어떤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시점과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시점이 맞물렸다는 점에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이번 사건의 다른 핵심 인물과 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유 전 본부장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뒷일을 도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이 착수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으로 사업 전반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재명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 또는 성남시 고위관계자들과 이번 사업을 벌였는지, 나아가 이 후보도 이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등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