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솔로지 스튜디오 운영
이준용은 음악 프로듀서 겸 마스터링 엔지니어로 현재 믹솔로지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웹드라마 '트웬티 트웬티 OST' '아이엠 미'(I’m me), 의 '살구송', 스파키 '결론적으로', 까꾸의 '러브 미'(Love me) 등의 마스터링으로 참여했고 안슬희의 '잠투정', 레인보우 노트의 '1호선' 등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는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싱을 먼저 시작했지만 음악을 포장하는 마스터링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음악을 마스터링까지 직접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후 주변의 부탁, 지인들의 소개로 이어지며 현재는 3:7의 비율로 마스터링 업무에 비중을 높아졌다.
"저는 성격상 무대에 직접 올라가는 일 보다, 무대 뒤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더 재미있더라고요. 사람들과 왁자지껄 모여서 일을 만들어나가는 것보다 제 공간에서 혼자 하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프로듀싱을 하다가 제 음악도 제 선에서 다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마스터링까지 하게 됐어요."
마스터링 엔지니어에 비중을 많이 두게 된 건 과거와 현재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이가 얼리 때는 다양한 걸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일이 없어도 트로트,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억지로 시도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은데 내가 모든 장르를 섭렵할 필요가 있을까란 의문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양보다는 1년에 한두 곡만 작업해도 제대로 해야 게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마음도 편하고 일도 더 잘 돼요. 이외의 시간은 마스터링 작업을 위해 할애하고 있어요."
마스터링은 달리 녹음된 여러 곡의 음색과 소리를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통일해 주는 일로, 발표될 음악을 리스너들이 듣기 좋게 포장하는 업무다. 그는 마스터링을 할 때 수학, 과학적으로 접근하며 자신에게 음악을 맡인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저에게 오시는 분들의 50% 정도는 다른 곳에서 해보고 잘 안됐기 때문에 오시는 분입니다. 노랫소리가 너무 작다든지, 악기 소리가 너무 커서 듣기 불편하다든지의 문제죠. 보통 그래서 불만을 제기하면 '그전에 잘했어야지'라고 답변을 듣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하더라고요. 현재 마스터링으로 활동하는 선배들과 저희 세대는 조금 달라요. 저는 접근 방식을 조금 다르게 해봤어요. 스튜디오를 인테리어적으로 접근해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면 저희는 과학적으로 접근을 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벽과 벽 사이의 간격, 건축 음향공학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해 스튜디오를 짓고, 들어가는 장비도 모두 숫자로 데이터로 만들어 연결했어요. 예전 세대보다 완성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죠. 이 업계 커리어에서 꽃을 피우려면 경력이 25년 이상은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만 저는 다행히 운이 좋았어요. 그런 경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박문수 감독님이 저의 가능성을 보고 픽업해 주셔서 함께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어요."
현재 이준용은 유튜브에서 '뮤지션으로 살아남기' 채널을 운영 중이다. 본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업로드하지 않지만 게재된 콘텐츠는 꽤 알차다. 음향 기기에 대한 정보와 활용, 홈 마스터링, 녹음을 위한 준비 과정 등 음악인들에게 유용한 정보 위주다.
"주변인들이 혼자 너무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시작하게 됐어요. 소통 방법 중 하나로 사용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나 할 수 있는 플랫폼 같아 보여 나름의 취미 생활로 시도했어요. 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녹음하러 오시는 분들도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유튜버가 직업인 분들은 콘텐츠에 압박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생업이 아니라 스트레스는 없어요."
유튜브의 채널이 커지자 모니터링 스피커 브랜드 제네릭(Genelec)의 한국 엔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봐줄지 정말 몰랐어요. 일반인들에게 '라면 끓이는 법'보다 덜 중요한 일이거든요.(웃음) 스폰서 계약을 맺은 건 정말 운이 좋았어요. 제네렉이 스튜디오에서 스피커 표준으로 쓰이는 회사거든요. 이 브랜드와 협찬 계약을 맺으면서 서로 윈윈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서로서 장기적인 목표는 매 회마다 딱 한 장의 앨범만 만드는 것이다. 고민과 수고가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 완성도에 더욱 힘을 쏟고 싶은 바람이다.
"어떤 일을 하든 숙련된 상태가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다음에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거고요. 어떤 일을 할 때 밀도 있게 해내고 싶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마스터링 엔지니어로서 업계에 바라는 점을 밝혔다.
"우리나라 음반과 팝스타의 음반을 비교하면 예전보다 차이가 적어졌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음반이 폭넓은 깊이감이 있는 사운드나 고민한 흔적들은 부족한 것 같아요. 이건 짧은 작업시간 때문이고요. 마스터링은 한 시간 내 외면 끝나요. 마지막 포장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진 않거든요. 하지만 해외 음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아쉬워요. 해외에서는 한 달이 됐든 심지어 1년이 됐든 만족스러울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작업하거든요.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쳐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하루 만에 끝내는 것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두고 작업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음반은 먼 훗날까지 기록으로 남잖아요. 후회 없는 음반을 위해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