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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요소수 대란 ①] "2주밖에 못 버팁니다"


입력 2021.11.11 01:44 수정 2021.11.10 22:43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서울의 대다수 쓰레기 수거 차량들, 요소수 부족…수거 못하면 악취 등 '시민 불편' 불가피

서울시 마을버스 중 일부 노선은 전체가 '요소수 필요 차량'…"운행 멈춰야 할 수도"

운송업자 "이 와중에 요소수 원가의 몇 배 가격 장사하거나 기름 넣어야 파는 주요소 즐비"

시민들 우려와 불편도 현실화…"위생 문제와 교통 불편이 가장 큰 걱정"

고양휴게소에서 만난 운송업체 기사들은 한결같이 '요소수 대란'을 걱정했다. ⓒ데일리안

'요소수 대란'이 계속되면서 서울 시내의 버스와 쓰레기차, 택배 운송차량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유통 시스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운송업 관계자들은 요소수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운송 차량들이 멈춰 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들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자 교통 불편과 위생문제 등에 대한 불편과 걱정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전체 청소차량 3236대 가운데 쓰레기 수집·운반 차량 2286대의 약 절반인 1171대가 요소수 필요 차량이다. 또한 서울시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7393대와 마을버스 1658대 가운데 요소수 필요 차량은 시내버스가 844대, 마을버스가 536대이다. 이들은 업체별로 다르긴 하지만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


서울의 한 쓰레기 수거 업체는 "수거 차량 17대 중에 12대가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차량이다. 지금 남은 요소수로는 2주밖에 버티지 못한다"며 "시에서 요소수 부족 현황을 물어 파악해갔지만 지원을 해준다거나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요소수가 없어도 운행이 되는 차량을 최대한 사용해야겠지만 평소처럼 운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손 놓고 기다릴 수 있는 업종이면 모르겠지만 쓰레기 수거를 못하게 되면 악취 등 미화 문제가 발생해 지역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운행 중인 마을버스 7대 중 4대가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이라며 "특히 한 노선은 모든 버스가 요소수 필요 차량이기 때문에 노선 자체가 운행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 지금 있는 요소수로는 길어야 보름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요소수 부족에 운행 감축이 불가피해 구청에 운행을 감축할 수 밖에 없다고 알렸지만 감축 운행을 하면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회사에 안내해 준 것도 없다"고 성토했다.


10일 경기 고양시 대화주차장에 '요소수 대란'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 대형화물차량들이 정차돼 있다.ⓒ데일리안

특히, 운송업 종사자들도 요즘 요소수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찾아다니기 바쁜데, 이 와중에 요소수를 몰래 팔거나 가격을 높여 파는 주유소들도 있어 운송업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물류 회사에서 만난 택배운송 차량 기사 김모(58)씨는 "대란이 일어나기 전에 요소수를 풀(FULL)로 채워서 한 달 정도 버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주변의 다른 기사들은 없어서 난리"라며 "힘들어 하는 기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는 주유소에서 요소수만 넣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무조건 기름을 넣어야 요소수를 파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부가 이번에만 중국에서 요소수를 수입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수입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기사 박모(47)씨는 "요소수 원가의 몇 배 가격으로 장사하는 주유소도 있다"며 "요소수를 팔면서 매진을 걸어놓고 몰래 물어보면 파는 주유소도 있어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요소수가 없으면 차를 세울 수밖에 없어 기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싸게 사서 일을 한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같은 트럭뿐만 아니라 공사현장에서 이용하는 장비들도 요소수를 이용하는데, 이렇게 요소수가 안들어오면 유통·물류업 뿐만 아니라 공사도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대형 주차장에 멈춰있는 트럭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


고양시 한 주유소에서 만난 윤모(42)씨는 "정부가 2만t 정도를 중국에서 들여온다는데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며 "요소수를 계속 들여오거나 자체 생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우려와 불편도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 쓰레기차와 마을버스 등의 운행에 차질이 생긴다는 소식에 위생 문제와 교통 불편을 걱정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쓰레기차의 역할은 생활에서 정말 필수적인 부분이고, 쓰레기는 배출하지 말자고 해서 배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데 우려가 된다"며 "특히, 음식점 같은 곳에서 위생 문제들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에 거주 중인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버스가 운행을 단축하게 되면 당장 출퇴근이 불편할 것 같다"며 "위드 코로나에 연말 모임까지 많아 밤에는 택시도 잘 안 잡히는데 버스까지 운행이 단축되면 정말 난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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