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건이 사퇴 사유? 앞뒤 안맞아…인사검증 제대로 안한 직무유기 시인하는 것"
"퇴직 후 유한기 우연히 만나…성남시에서 도시개발공사 곧 만드니 사장 하시라 권유"
"유동규, 간부회의 참석 안하고 9시 출근한 적도 없어…이재명 아무런 제재 안해"
"대장동 공모지침 변경, 내가 알았다면 왜 나를 자르려고 했겠나?…나도 모르게 변경된 것"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사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른바 '윗선 사퇴 압박 논란'과 관련해 "사기사건 재판 건이 사퇴 사유였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면서 "입사할 때와 퇴사할 때 범죄사실 확인서를 제출하는 데 문제가 됐다면 입사와 퇴사 처리가 안됐어야 정상"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이 황 전 사장의 사퇴 종용 녹취록 공개 이후 "황 전 사장이 재직 당시 사기 사건으로 재판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고, 공사와 사장님 본인의 명예를 위해 사퇴를 건의했다"며 부인한 데 대한 반박인 것이다.
황 전 사장은 "내가 사직할 때도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범죄사실확인서를 다 확인하고 문제가 없으니까 사직 처리를 한 것"이라며 "이제 와서 그런 주장을 한다면 인사 검증을 제대로 안 한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실제로 황 전 사장은 지난 2013년 9월 성남도공 초대 사장으로 취임했고 2015년 2월에 사직서를 제출해 그해 3월에 사임했다. 황 전 사장은 2014년 6월 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며 2016년 8월이 돼서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 입사와 퇴사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던 황 전 사장의 재판이 갑자기 사퇴 사유가 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황 전 사장은 특히, 유 전 본부장 등이 계획적으로 자신을 성남도공 사장 자리에 앉혔다가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08년 황 전 사장은 건설 경력을 인정받아 한신공영에 전문경영인으로 있었고,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상무를 지냈다. 이 인연으로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황 전 사장을 성남도개공 초대 사장 공모에 응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사장은 "한신공영을 퇴직하고 나서 강남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유한기를 만났다. 서로 명함을 주고 받고 나니 '성남시에서 도시개발공사를 곧 만들 것이니깐 사장을 해보시라'고 제안했다"며 "퇴직한 상태니까 솔깃해서 공모에 참여했고 정식 절차를 밟아 임명됐다"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은 이어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유동규를 사장으로 내세울 계획을 하고 있던 것 같다"며 "당시 성남시의회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많았다. 자격도 안 되는 유동규를 사장으로 내세우기 어려우니 일단 건설 전문경영인인 나를 사장으로 두고 뒤에선 다른 얘기를 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1개월 동안 유동규 얼굴을 본 게 10번도 채 안 된다. 1달에 2번 사장이 주재하는 간부급 회의가 있는데 유동규는 한 번도 참석을 안 했다"며 "아침 9시쯤 비서실에 연락하면 그때도 출근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실세' 라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이재명 시장이 몰랐을 리가 없는데도 그 어떤 제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황 전 사장은 또 대장동사업 공모지침서가 자신도 모르게 변경됐다는 주장도 거듭 되풀이했다. 당초 개발수익의 50%를 보장받기로 했는데, 돌연 1882억원 확정 배당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은 문제의 공모지침은 황 전 사장이 직접 전자결재를 했고, 결재 표지부터 첨부서류까지 일체형인 만큼 황 전 사장이 본인도 모르게 공모지침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황 전 사장은 "그렇다면 2015년 2월 6일, 왜 나를 자르려고 했겠나. 확정 수익은 그들이 계획한 것인데 내가 알고 사인했다면 나에게도 몇 십억은 줬어야 말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누구는 대장동 개발 사업체에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는데, 내가 대장동 사업을 기획·설계하는데 도움이 됐다면 그만큼 돈을 받았어야 말이 맞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투자심의회, 이사회, 성남시의회에 보고된 내용이 중간에 바뀐 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나, 내 기억과 상식선에서 어떤 사람이 표지를 바꿨다고 주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연일 대장동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하면서 '부패 토건 세력이 성남시 공공개발을 막고 민관 개발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황 전 사장은 "우리나라가 지금 발전한 것은 건설 기술자들의 공이 크다. 그 어려운 시절에 중동 지역에 나가서 피땀 흘려가면서 번 돈으로 외화를 획득해 발전한 것 아니냐"며 "이 후보의 토건세력 발언은 건설 기술자들을 매도·모욕하는 것처럼 들려 정말 비통한 감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후보라면 화합을 중시해야 하는데 오히려 남녀 갈등과 세대 갈등을 부추기며 분열시키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며 "나중에는 '반도체 세력'이라는 명칭도 붙일 것인가? 세력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그들이 실제로 권력을 행사한 적이나 있느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