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관련 예산 과잉편성 지적…1.4억 감액
연말 후보지 선정 앞두고 공모참여 주민들 '당황'
"정치적 목적 아닌 신통기획 지원 증가하는 현실 반영해야"
여의도·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대거 참여 의사를 밝히며 흥행몰이 중인 오세훈표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추진에 서울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해당 사업 관련 용역과 사무관리비가 과잉편성됐다며 예산 감액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 말 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모에 참여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두고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다. 본심사에서 각 사업별 예산을 세부 조정해 오는 16일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시의회 예결특위는 본심사에 앞서 논평을 통해 "자영업,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청년취업, 위기 가구 보호, 서민 주거안정과 지역경제 회복에 충분한 예산이 투입되도록 일회성·전시성 사업예산은 단호하게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업과 신규사업 중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나 사업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돼 있지 않은 예산 등은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균형발전본부 및 공공개발기획단 소관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를 통해 당초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 대비 194억원 줄고 42억원 늘어난 5조6664억원 편성을 의결한 바 있다.
오 시장이 취임 당시 내세웠던 주요 공약사업에 대한 예산 변동이 두드러진다. 현재 오 시장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되는 신통기획은 관련 용역과 사무관리비 1억4000만원을 감액하고 13억2000만원만 배정했다.
반면 오 시장이 감액한 도시재생 관련 예산은 증액했다. 당초 42억원 감액 편성돼 제출된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 예산은 추진 중인 사업이 무분별하게 중단되는 폐해를 막아야 한다며 다시 올해 수준으로 조정했다.
서울시는 연말께 신통기획 시범사업 후보지를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연내 2만6000가구 공급을 목표로 25개 구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시가 참여해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 공급 속도를 앞당긴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상 5년가량 소요되는 정비구역 지정 및 건축·교통·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2년 정도 대폭 간소화할 수 있도로 지원한단 점에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비롯해 대치동 한보미도, 송파 장미1·2·3차 등 서울 도심 내 간판급 단지들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난 10월 말 공모 당시 서초구를 제외한 24개구에서 총 102곳이 접수, 각 자치구 평가를 거쳐 현재 70곳 안팎의 후보지가 서울시 심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처럼 신통기획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자칫 관련 예산이 축소될 수 있단 소식이 전해지자, 공모에 나선 주민들은 당황스럽단 반응을 쏟아냈다.
신통기획주민연합 관계자는 "벽에 페인트칠하고 벽화만 그렸지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한 도시재생 예산은 증액하고 신통기획 예산은 삭감하겠다는 건 낙후된 지역 주민들은 나 몰라라 하겠다는 처사"라며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또다시 틀어지면 주민들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시의회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신속통합기획 예산은 감액하더라도 13억2000만원이 편성돼 사업의 정상적 추진이 가능하다"며 "시의회 예산삭감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도시재생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신통기획에 지원하는 단지들이 계속 늘어나는 현실을 예산에 반영해 시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대의적인 측면에서 더 낫다"며 "시의회와 오세훈 시장의 정책 방향이 다를 순 있지만 오 시장 취임 후 첫해 예산인 만큼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필요한데 정치적 코드에 맞춰서 예산을 짜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