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팀 믿고 기다려줄 수밖에 없다" 3달째 특검 선긋기 모드
법조계 "더딘 윗선수사에 혐의 덮어씌우기 불안·억울함 상당했을 것"
"특검하자는 이재명에 박범계가 말리는 듯한 모습 연출…국민 기만"
검찰 수사를 받던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관계자 2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법조계와 정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대장동 의혹이 본격화된 직후 여론은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신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했지만, 특검법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한 여야와 '상설특검' 도입에 소극적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성남도공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처장은 2015년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과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그를 심사위원으로 넣어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긍정평가를 받도록 했다고 보고 수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
이번 김 처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이 사망한지 불과 12일 만에 일어나 국민적 충격을 주고있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다음날인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법조계 전문가는 대장동 의혹 관계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원인에 대해 '윗선' 수사가 더딘 데 따른 좌절감과 불안감을 지목했다. 시사평론가인 서정욱 변호사는 "수사를 받는 '아랫선' 인물은 자신 위에 혐의의 몸통이 따로있는 데 그들이 권력으로 책임을 피해가는 경우를 걱정하게 된다"며 "자신이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때 가장 큰 좌절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슷한 예시로 '백원우 별동대원'의 극단적 선택과 '윤미향 비리' 관련 손영미 소장의 사망 사례 등을 들며 "친정부 성향 논란을 빚는 검찰이 윗선은 두고,지시한 대로 움직였을뿐인 아랫선만 붙잡아 수사 하니 그들은 억울함과 중압감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차일피일 미뤄진 특검 도입이 비극을 초래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지난 9월 대장동 의혹이 본격화되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즉각 국정조사 요구서와 특검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대선 전 신속한 진상규명과 윗선 색출을 촉구했다.
하지만 여권은 검경 수사 없이 특검이 진행된 사례가 없다는 논리로 특검 도입에 반대했다.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특검을 논하기 전에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재명 후보는 "특검은 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며 반발했다. 이후 검찰의 '부실·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민주당은 '조건부 특검' 수용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 2달 넘게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정의당 등 일각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직접 발동 가능한 상설특검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검법상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국회 논의 없이도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지난 3달간 "검찰이 늑장수사를 한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수사의지를 의심하지 않는다" 며 줄잇는 특검 도입 요구를 물리쳤고, 지난달 23일에도 "검찰 수사팀을 믿고 기다려줄 수밖에 없지 않냐"며 재차 특검론을 선 그었다.
또 다른 법조계 전문가는 "이 후보를 포함해 여권이 정말로 신속한 특검 도입의지가 있었다면 박 장관이 특검 도입에 적극 나설 수 있었다"며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 후보는 특검을 도입하자고 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이를 말리는 듯한 장면을 연출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 전 본부장과 김 처장의 사망으로 대장동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실무를 맡았던 만큼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고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게 된 과정에 누가 관여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등에 대한 진실 규명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