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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4년 9개월 만에 풀려나는데 돌아갈 집이 없다


입력 2021.12.27 08:00 수정 2021.12.27 07:53        데스크 (desk@dailian.co.kr)

그가 국가를 파탄으로 몰아갔나

화합‧포용을 말할 사람 따로 있지

오늘을 말하라면 “웃고 말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정부는 2022년 신년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포함, 일반 형사범 3094명을 오는 31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했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최순실씨의 PC에서 대통령의 연설문 파일 44개가 확인됐다고 JTBC가 보도한 것이 2016년 10월 24일 저녁이었다. 이 뉴스로 인해 국민적 의혹과 비난은 폭발했다. 더욱이 최 씨가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라는 사실로 인해 불길은 진화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거세게 타올랐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1년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그가 국가를 파탄으로 몰아갔나

이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8명의 재판관 전원 일치로 박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 대행은 이날 11시부터 21분간 결정문을 낭독했다. 주문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것이었다. 당초의 대통령 임기를 11개월 보름쯤 남긴 시점이었다. 그달 31일 특검은 이제 ‘전직’이 된 그를 구속수감했다. 그날 이후 4년 9개월 만에 그는 지병 치료차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에서 특사 절차를 받고 풀려나게 된다.


그러니까 헌재는 임기 1년도 남기지 않은 득표율 51.55%의 민선 대통령을 소수의견 하나 없이 만장일치로 파면시킨 것이다. 대한민국에 그렇게 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모두가 돌아보면 알 일이다. 광화문의 거대한 촛불집회와 횃불행진, 시청 일대의 거대한 태극기 집회 말고는 ‘비상사태’라고 할 만한 일이 없었다. 헌재가 탄핵을 결정한 것을 빼놓고는….


진부하지만 다시 헌법을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 헌법 제84조).


그건 형사소추에 관한 것이지 탄핵의 요건은 아니라고 할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으나 헌재가 구해줬다. 헌재는 2004년 5월 14일 “노 대통령이 선거법과 헌법을 위반했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은 아니다”라며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은 1년 미만의 임기도 채워서는 안 될 만큼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는가?


그러니까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것에 비견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나라에 급박한 위기를 조성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그런 사실은 없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무리 없이 작동되고 있었다. “중죄를 저질렀으니 후에 형사법정에서 22년의 형을 선고받지 않았겠느냐”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반박이다. 대통령으로의 재임 중 결정이나 행위 하나 하나를, 벌을 주기로 작정하고 따진다면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2004년 국회 탄핵소추 바로 전날 밤에 열린 한나라당 중앙당 주최의 긴급 토론회에서 노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를 강력히 반대했던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화합·포용을 말할 사람 따로 있지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은 헌재로부터 파면을 당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특검은 그를 가둬버렸다. 이어 법원은 주 4회 공판이라는, 거의 살인적인 재판일정으로 박 전 대통령을 영육의 피폐 상태로 몰아갔다. 그리고 22년의 징역형(공천개입 2년 포함)에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의 형을 최종 선고했다. 내곡동 집까지 경매로 넘어갔으나 추징금만 완납됐을 뿐 벌금은 150억원이 미납상태였는데 특사 덕분에 면제됐다.


출소해도 당장 거처할 곳이 없는 처지로 내몬 끝에 특별사면·복권의 은전(?)을 문 대통령이 베풀었다.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다.”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


문 대통령이 박경미 대변인을 시켜서 전한 말이다. 어떻게 이처럼 지난 일을 까맣게 잊은 듯이 말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촛불혁명정부’임을 내세워 ‘적폐청산’의 칼을 휘둘렀던 집권자는 누구였더라? 전직 대통령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다. 권력의 유지를 위해 국민의 목숨을 빼앗은 적도 없다. 고령의 여성으로 지병까지 가진 전임자다. 그를 4년 9개월간 감옥에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런 다음에 사면하면서 ‘미래’ ‘통합’ ‘포용’ ‘화합’을 말하는가? 애초엔 바로 그런 가치에 극도로 인색했던 정권 아니던가?

오늘을 말하라면 “웃고 말지요”

박 전 대통령은 오히려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했다는 유영하 변호사의 전언이다. 문 대통령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이 ‘심심한 감사’를 표할 대상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육신과 정신 공히 지탱의 한계에 이르렀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선상에서 사면을 받았으니 고마운 마음이 절로 생겼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청와대가 더 무엇을 바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의 언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특사가 발표된 날 TBS라디오에 출연해서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씨가 자신의 과오에 대해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면) 권한의 행사는 대통령이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께서 주신 것 아니겠나. 박근혜씨가 충분하게 그런 점을 고려해 처신할 수 있길 바랄 수밖에 없다.”


그는 인터뷰 초입에 단 한번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호칭했을 뿐 시종 ‘씨’로 불렀다. 앞으로 4개월 보름 후면 문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이 된다. 그를 모시고 있는 사람이 전직 대통령을 이웃집 동년배 가리키듯 하다니!


박 수석은 같은 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복권’된다는 사실의 의미는 왜 말하지 않았을까? 한 전 총리 복권을 드러나 보이지 않게 하려는 덮개 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닌가? 이석기 전 의원은 바로 그날 자(24일)로 가석방되던데 혹 박 전 대통령 특사가 그 덕까지 본 것인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 것은 정말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 숨소리에 울음이 묻어있었다. 아니,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 울고 계셨다. 희생자 한 분 한 분 앞에 대통령은 일일이 엎드리셨다.”


2017년 12월 제천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청와대로 향하던 차안에서 본 문 대통령에 대해 박 당시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대통령의 속마음까지 그처럼 섬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관계라면 박 수석의 말이 곧 대통령의 말이겠다. 그 말이 이처럼 매몰차다.


긴 이야기는 결국 ‘박근혜 사건’이 역사에 편입되고서야 쓰이고 말해질 것이다. 지금은 그저…“웃고 말지요.”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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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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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 2022.01.25  11:19
    뒈질 짓을 했으면 뒈지고, 감옥 갈 짓을 했으면 가야지! 
    적폐청산이라 이름 붙여 개 잡듯 잡아놓고, 제들은 무사하길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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