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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메모리즈㊷-2] 매트릭스4 보기 전에 1~3편 톺아보기…네버엔딩 스토리


입력 2021.12.28 11:10 수정 2021.12.28 20:46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매트릭스 2편 포스터 ⓒ이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홍종선의 메모리즈㊷-1] 매트릭스4 보기 전에 1~3편 톺아보기…충격적 오프닝에 이어서


‘매트릭스’ 2편, ‘리로리드’에서는 꿈에서 깨어난 자들이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일행만이 아니고 훨씬 많고 ‘시온’이라는 곳에 모여 산다는 것, 기계들에 맞서 싸우는 전함도 모피어스가 이끄는 느부갓네살호만 있는 게 아니라 총 5척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 또, 인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계들의 통제자이자 기계들의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꿈꾸는 인간들의 식민지, 매트릭스를 설계한 아키텍트(헬무트 바카이티스 분)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드러난다.


시온과 매트릭스, 오라클과 아키텍트에 관한 진실이 드러난 2편 ⓒ

안타깝게도, 현재 시온이 존재 가능한 것도 천국과 지옥이라는 두 번의 시온 실험에 실패한 아키텍트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허용’한 결과일 뿐이고,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라는 구원자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언과 이를 먼저 알고 실행에 옮기는 모피어스의 존재 또한 ‘자유의지’ 안에서 가능했던 일이라는 게 드러난다. 오라클(글로리아 포스터 분) 또한 절대적 예언자가 아니라 네오나 인간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지만, ‘선택의 결과’는 알지 못하며 세상의 파괴가 아니라 평화를 추구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허용된 ‘질서를 흔드는 자’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예언을 굳게 믿었던 모피어스가 오라클에게 커다란 배신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모든 진실은 누군가(아마도 시스템의 창조자인 아키텍트와 시스템을 파괴할 만큼 가공할 위력을 갖게 된 스미스)에 쫓기는 듯한 오라클의 고백, 오라클의 조언에 따라 매트릭스 시스템의 ‘소스’로 가서 아키텍트에게 들은 내용이다.


1편의 압권, 총알을 피하는 방법 ⓒ
2편의 압권,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속도로 위 대결 ⓒ

오라클의 조언을 따라 ‘키메이커’(열쇠공, 렌달 덕 김 분)의 도움을 받아 소스로 향하는 과정에서 2편 액션의 압권이라 할 고속도로 액션이 탄생한다. 대형 트럭 위에서 벌어지는 위험천만한 대결, 누구로도 변할 수 있는 스미스(휴고 위빙 분)의 변신이 보는 이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평범한 회사원 토마스 앤더슨이 네오로 훈련되는 과정과 모피어스를 구출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경공 액션과 총알을 피해 뒤로 눕는 장면, ‘매트릭스’ 하면 떠오르는 1편의 액션 압권보다 신선미는 덜하지만 긴장감은 최고다.


2편과 3편 ‘레볼루션’은 2003년 함께 개봉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이어지는 한 덩어리의 얘기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분)가 죽는 악몽으로 시작한 2편, 때문에 연인의 작전 불참을 원하는 네오, 이를 따른 트리니티, 소스로의 무사 잠입을 위해 비상전력마저 차단하기로 계획했으나 실행되지 않자 네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약속을 어기고 매트릭스에 접속한 트리니티, 예지몽대로 목숨을 잃는 트리니티, 한층 발전한 구원자 능력으로 연인을 살려내는 네오의 모습이 2편에서 그려진다.


아키텍트를 만나는 데 성공했지만, 이와 별도로 시온을 공격하는 센티넬(문어형 공격 기계들), 또 이와 별도로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스미스. 2편의 마지막은 그런 센티넬을 맨손으로 막아내고 쓰러지는 네오, 시온의 인간 베인(이언 블리스 분)의 몸으로 스며들어 네오에게 가는 스미스의 모습에서 멈춘다.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그린 3편 ⓒ

일시 정지인 듯, 3편은 네오와 베인이 전함으로 실려 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네오가 센티넬들을 막았지만, 마치 세 번째 시온 세상도 전부 파괴하고 ‘리셋’ 하는 게 아키텍트의 의지인 듯 시온에 센티넬을 대량 쏟아붓는다. 희망은커녕 내일이 없어 보이는 상황, 구원의 예언을 믿는 안 믿듯 절박한 상황이다 보니 전함 5척 가운데 모피어스의 배는 구원자 네오를 데려오러 떠났고 모피어스의 옛 연인 니오베(제이다 핀켓 스미스 분)의 전함도 도우러 떠났다보니, 기계들을 상대로 한 인간의 싸움은 중과부적이다.


마치 영화 ‘명량’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적의 군함을 상대로 결사항전에 나선 백성들의 모습처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한마음 한뜻으로 따로 또 같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시온을 지키려 애쓴다. 크고 작은 승리를 거두지만, 승리는 멀어 보인다.


온 세상을 집어삼킬 만한 괴력을 갖게 된 스미스'들' ⓒ

그 시각 네오의 정신은 현실과 매트릭스 사이 기차역에 있다. 기차를 타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지만, 기차맨은 메로빈지언(램버트 윌슨 분)의 명만 듣는다. 오라클의 명에 따라 2편부터 모피어스와 트리니티를 돕고 있는 라파엘(예성 분)은 함께 메로빈지언을 제압해 네오를 구한다. 3편의 시작에서 실려온 네오와 베인. 이제 네오는 깨어나는데 베인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네오는 기계들의 도시 ‘제로원’을 파괴하는 게 전쟁을 멈출 해답이라고 생각, 제로원으로 향하는데 도착하기도 전에 스미스가 스며든 베인이 트리니티를 죽인다. 트리니티는 행복했던 마음을 전하며 떠나고, 네오는 제로원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조우한다.


꿈에서 깨어난 인간들을 매트릭스로 돌려보내는 요원 역할에 지친 스미스가 세상 전체를 파괴하고 지배할 힘을 갖게 된 상황에서, 네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제안한다. 적의 적은 친구가 되는 상황이랄까. 네오가 스미스를 막아주는 대신, 시온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로 한다. 네오가 스미스에게 먹혀 스미스로 변하는 순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네오에 접속해 스미스를 터뜨리고 시온과 매트릭스에는 평화가 온다.


평화 그 이후의 상황. 18년 만에 돌아온 '매트릭스' 4편 ⓒ

물론 평화가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앞서 말했듯 4편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단순히 평화가 끝났다는 상황에서 시작하지는 않는다. 한 번 더 충격을 주듯, 이 평화마저 매트릭스 속 이야기라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지금 내가 존재하는 현실이 진짜인가’라는 사뭇 진지한 주제 의식을 재기발랄하고 본 적 없는 영상과 액션으로 큰 즐거움을 주었던 문제작이 18년 만에 귀환한 것을 반기는 이도 있고, 아쉬워하는 이도 있다. 영상기술이 더욱 발전한 만큼 이번엔 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설레는 기대에 부응하는지,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게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변화가 추억을 돋게 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


팬으로서 1~3편을 보고 가는 것도 관람의 묘미를 높이는 방법일 것이고, 지난 줄거리를 꿰고 가는 것도 이해에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과 매트릭스의 개념과 관계 정도만 알고 가서 ‘새로운 매트릭스’ 영화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메타버스(가공과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가 현실화하고 있는 현재,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재미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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