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고요의 바다’ SF 장르 도전 연이어 호불호
한국 첫 우주 영화, 드라마를 강조했던 ‘승리호’와 ‘고요의 바다’가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우주의 비주얼을 완성도 높게 구현해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이미 본 것 같은’ 스토리를 반복하며 큰 흥미를 자아내지는 못한 것이다.
물론 비주얼도 SF 장르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어떠한 창의성도 찾아볼 수 없는 부족한 스토리가 장르적 쾌감을 반감시킨다.
지난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가 시청자들의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우주 배경의 SF 스릴러로 기대를 모았지만, 비주얼에 대한 성취 외에는 어떠한 칭찬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청자들이 ‘고요의 바다’에 기대한 비주얼은 완성도 있게 구현이 됐다. 광활하지만 적막한 우주 공간부터 정교하게 표현된 달의 표면, 발해기지 내부의 화려한 스케일 등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비주얼들이 작품을 채우고 있다. OTT 오리지널 시리즈이기에 큰 화면을 가득 채우며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시각적 스펙터클은 없었지만, 우주 공간을 리얼하게 구현해낸 점은 칭찬할만한 요소다.
문제는 스토리였다. 물이라는 소재에 반전을 가미한 것은 흥미로웠지만, 전개 과정 자체는 바이러스를 소재로 하는 기존의 작품들과 유사했다. 각 캐릭터의 성격과 갈등 관계는 물론 ‘고요의 바다’가 숨겨둔 반전까지도 쉽게 예측될 만큼 뻔한 이야기가 길고, 지루하게 전개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반부 ‘가족애’를 바탕으로 하는 신파는 한국 영화의 고질적 문제를 또 한 번 실감하게 했다.
앞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 역시 비슷한 성취와 한계를 보여줬다. 우주를 누비는 승리호 선원들의 활약을 담은 만큼 볼거리는 넘쳐났지만, 이 작품 또한 전개 자체는 기존의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물론 이제는 우주를 배경으로 삼아도 이질적이지 않을 만큼 기술력이 발전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작품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에 SF 장르의 매력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은 극복해야 할 한계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이미 우주를 배경으로 삼지는 않더라도, 기술력이나 자본의 한계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채운 SF물들이 이뤄낸 성과들이 있다. 딸을 찾는 아버지와 로봇의 동행을 통해 휴머니즘을 품은 한국형 SF 영화 ‘로봇, 소리’를 비롯해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청년 병구(신하균 분)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함을 풍자한 ‘지구를 지켜라’, 풍부한 상징과 은유로 철학적인 메시지를 녹여낸 ‘설국열차’ 등이 각자의 색깔로 장르적 쾌감을 선사했었다. 물론 작품의 성격이나 목적 등은 저마다 다르다. 다만 '한국도 SF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기술적 성취를 자랑하는 것 외에, 장르적 재미를 위한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