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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2022] 새해 대선 여론조사, 올바로 읽는 법


입력 2022.01.02 08:29 수정 2022.01.02 08:29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업체별로 들쑥날쑥…이유가 뭘까

조사방법에 따라 결과에 차이 발생

과거에는 유·무선 비율 영향이 커

최근엔 ARS·전화면접 차이 큰 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데일리안

대선의 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해 대선 여론조사가 일제히 발표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업체별로 들쑥날쑥한 것을 놓고 일부 국민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조작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대선·총선 등 공직선거 여론조사는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여론조사 실시 전에 설문지를 제출해 공정성 여부를 심의받아야 하므로 의도된 결과를 내기 위해 설문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후에도 여론조사가 실제 설문 과정에서 공정하게 진행됐는지를 녹취 등을 통해 점검한다.


이번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특정 후보 캠프에서 여론조사 결과 조작을 시도하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는 '지라시(사설정보지)'가 돌았던 적이 있었으나, 완전한 사실무근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가 들쑥날쑥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업체나 발주기관에 따라 차이가 난다기보다는 조사방법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는 게 중론이다.


1948년 미국 대선 당시 미국갤럽은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 후보가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유선전화로 조사를 했는데 당시 미국에서 집전화를 놓고 살 정도면 그 자체로 부자라서 상류층의 여론이 과대표집됐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10여 년 전까지는 여론조사의 유선·무선 여부가 결과를 크게 좌우하곤 했다. 유선전화로 조사를 하면 대낮에 집전화를 받을 수 있는 보수층이 많이 응답해 보수정당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도출되고, 무선전화로 조사를 하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진보층이 많이 응답해 진보정당 후보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전국민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요즘엔 유선·무선 여부는 큰 변수는 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가 보편적이고, 유선전화는 지역번호가 있다는 특성상 권역별 보정을 세밀하게 하기 위해 극히 일부 편입하는 정도다. 다만 유선이 일부라도 편입되면 보수정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견해는 여전히 남아있다.


ARS, 정치고관여층·불만층 응답 높아
전화면접, '정치 별 관심 없지만 투표
하는 사람들' 여론 포착해내는데 강점
가상번호·RDD도 최근 논란 활발해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1948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듀이가 트루먼을 꺾었다(DEWEY DEFEATS TRUMAN)'는 제목으로 1면 톱 기사를 낸 시카고 트리뷴 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지금도 당시 미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믿고 일찌감치 기사를 냈지만 오보가 되고 말았다. ⓒ위키피디아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국민들이 가장 주목해서 봐야할 지점은 ARS 조사방식이냐, 전화면접원 조사방식이냐다. 실제로 이에 따라 결과 차이가 가장 많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ARS 조사는 기계음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이다.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받았는데 기계음이 흘러나오므로 통화를 바로 종료하는 비율이 높다. 또 응답 도중이더라도 바쁜 일이 생기면 전화를 끊는데 부담이 없으므로 이탈률도 높다. 자연히 끝까지 응답하는 비율이 3~7% 정도로 낮은 편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특히 현 상황에 불만이 많아 본인의 의사가 여론조사에 반영됐으면 하는 사람이 끝까지 응답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의 시점에서는 정권교체를 강력하게 희망하는 보수층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28일 본지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공정㈜가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를 놓고 "ARS는 우리한테 통상 5~8%p까지 유리하게 나오는게 정확하다. 정권교체 열망 때문"이라며 "ARS 조사인 공정의 조사는 늘상 우리에게 5~8%p 유리하게 나오는데 1.6%p 진다면 여론이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 의원의 SNS 글은 상세한 설명이 생략돼 있으므로 특정 여론조사의 결과가 인위적으로 5~8%p 유리하게 나온다고 혼동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한 뜻이 아니라 ARS 조사방식은 정권교체를 강하게 열망하는 응답층이 끝까지 응답하는 경우가 많아, 정권교체를 노리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어느 정도 유리한 결과가 도출된다는 특성을 지적한 것이다.


전화면접원 조사는 사람이 직접 묻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한다. 수화기 건너편에 실제 사람이 있으므로 끊어버리는 것은 사회통념상 무례한 일로 여겨져 응답률이 15~25% 내외로 높은 편이다.


또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사람이 걸었다는 이유로 응답을 끝까지 해주는 사람이라면, 큰 선거에 있어서는 투표도 귀찮게 여기지 않고 하러 갈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화면접원 조사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투표는 하는 사람', 즉 중도층 여론을 잘 잡아낸다는 분석은 이 대목에서 기인한다.


ARS와 전화면접 중 조사방식의 우열을 일률적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선거의 성격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평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등 투표율이 낮은 선거나 당내 경선 등 정치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나 신경쓰는 정치 이벤트는 ARS 조사와 결과가 일치할 개연성이 높다. 반면 대선은 우리나라의 각종 선거 중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고, 투표일도 임시공휴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화면접원 조사와 실제 표심이 일치할 개연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홍준표 의원이 "여론조사는 전화면접이 있고 ARS가 있는데 전화면접은 응답율이 20~30%에 이르고 ARS는 3~7%에 불과하다"며 "리얼미터 등 ARS는 경향성(추세)만 보면 되고, NBS 등 전화면접조사는 실제 여론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대선을 전제로 한 지적이다.


조사방법 중 가상번호와 임의전화걸기(RDD)는 최근 논란이 활발한 쟁점이다.


가상번호는 통신 3사로부터 번호를 제공받는 비용이 있고, 전화를 걸 때에도 복호화 탓에 할증통화료가 부과돼 돈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가상번호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연령·성별·권역이 특정되므로 '거짓응답'으로 표본이 왜곡되는 것을 걸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임의전화걸기(RDD)는 010-○○○○-○○○○ 안에 0부터 9까지의 숫자를 무작위로 넣어서 여론조사를 돌리는 것이다. 통신 3사가 아닌 알뜰폰 휴대전화 가입자 600여만 명도 표본에 담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자신의 연령·성별·권역 할당량이 채워져 여론조사에서 배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통계정보를 거짓으로 응답해도 걸러낼 수가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전화면접원 조사는 사람이 직접 응답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므로 통계정보 '거짓응답'을 심리적으로 저지할 수 있지만, ARS 조사는 '거짓응답'을 걸러낼 장치가 전무하다. 이 점에서는 가상번호가 RDD보다 우위에 있다.


RDD는 가상번호에 비해 알뜰폰 휴대전화 가입자 600여만 명이 여론조사 표본에 포함된다는 게 장점이다. 알뜰폰 휴대전화 가입자는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해 여론조사, 대부분 전화면접 방식
KBS·MBC, 100% 무선전화 가상번호
SBS, 86% 무선·14% 유선 RDD 혼합
조선·한국·세계는 유·무선 RDD 조사


새해를 맞이해 발표된 지상파 3사와 3개 종합일간지의 대선 여론조사 결과. 6개 여론조사 모두가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을 택했지만, 유·무선 혼합 비율과 가상번호·RDD(임의전화걸기) 여부는 제각각 다르다. ⓒ데일리안

새해 실시된 여론조사는 거의 전부가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이었다. 지상파 3사는 가상번호 방식을, 종합일간지는 RDD를 택했다. KBS와 MBC는 100% 무선전화 조사를 택했으며, SBS와 종합일간지는 약간의 유선전화 조사를 혼합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의 추이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비해 오차범위 밖에서 우위인 것으로 나타난 지상파 3사의 새해 여론조사는 모두 전화면접원 조사·가상번호 방식이었다. KBS와 MBC는 100% 무선전화, SBS만 무선전화 86%에 유선전화 14%(단, 유선전화는 가상번호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RDD)를 혼합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1일 설문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39.3%,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27.3%,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8.1%로 나타났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1일 설문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38.5%,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28.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8.4%로 나타났다.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설문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34.9%,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26.0%,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7.8%로 나타났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가 실시한 새해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비해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사 역시 모두 전화면접원 조사 방식이었으나, 방송사와는 달리 가상번호가 아닌 RDD 방식으로 시행했다.


유·무선 비율은 세계일보가 무선 79%·유선 21%, 조선일보가 무선 89%·유선 11%, 한국일보가 무선 91%·유선 9%였다.


조선일보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달 28~30일 설문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32.4%,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31.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6.2%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설문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34.3%,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28.7%,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9.0%로 나타났다.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29일 설문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35.5%,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30.9%,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10.3%로 나타났다.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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