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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 연애하기①] 연애세포 심폐소생 vs 연애 전시…데이팅 예능의 명암


입력 2022.01.07 13:35 수정 2022.01.07 08:3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러브캐처' '나는솔로' '돌싱글즈' '솔로지옥' 등 동시방영

비현실성·자극성·외모지상주의 부추겨

죽어가는 연애세포에 미디어가 심폐소생을 하는 모양새다. 데이팅 예능의 한 획을 그었던 SBS ‘짝’(2011~2014)이 여성 출연자 사망 사건으로 폐지된 후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데이팅 예능이 다시 방송가를 휩쓸고 있다.


ⓒ티빙, 넷플릭스, SBS PLUS, MBN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1~3(2018~2020)를 시작으로 카카오TV ‘체인지데이즈’, 라이프타임 ‘커플스위치’, 넷플릭스 ‘솔로지옥’, SBS PLUS ‘나는 솔로’, 티빙 ‘러브캐쳐’ ‘환승연애’, MBC 웹예능 ‘이 시국 연애세포’, NBN ‘돌싱글즈’ 왓챠 ‘러브&조이’ 등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데이팅 예능이 잇따라 방영되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타고 해외에서도 ‘K-연애 리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현재 방영 중인 ‘솔로지옥’의 경우 지난 3일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10위(이하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를 차지했고, 한국 포함 싱가포르, 베트남 총 3개국에서는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국내에선 공유·배두나 주연의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밖에도 홍콩·태국에서 2위, 말레이시아·대만에서 3위, 인도네시아·모로코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데이팅 예능 ‘투 핫 투 핸들’의 한국판으로 불리며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커플이 돼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서 펼쳐지는 청춘남녀의 모습을 그리는데 매주 2회씩 공개할 때마다 각종 이슈를 끌어 모으고, 일반인 출연자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내에서는 데이팅 프로그램의 큰 틀을 유지한 채 각자의 변주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솔로’는 결혼을 원하는 솔로 남녀들의 극사실주의 데이트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고, ‘환승연애’는 실제 이별한 커플들이 출연해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가는 형식이다. 또 ‘돌싱글즈’는 이혼남녀들이 출연해 새로운 사랑을 찾는 등 각 프로그램별로 특징을 살려 인기를 끌고 있다.


데이팅 예능은 국가와 문화적 차이를 막론하고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가장 오래 된 원조 데이팅 프로그램인 미국 ABC채널의 ‘바첼러’(The Bachelor)는 2002년 첫 시즌을 시작해 지난해 시즌25를 방송됐다. 운명의 상대를 고르기 위해 나온 남성과 그 선택을 받기 위한 여성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쇼는 다양한 스핀오프로도 제작됐는데, 남자 대신 여성 출연자가 중심인 바첼러레트(The Bachelorette)도 지난해 18번째 시즌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는 지난해 데이팅 프로그램 ‘선택! 나의 섹시 비스트’(한국어 타이틀)을 선보이기도 했다. 독특한 가면을 쓰고 기괴한 분장을 한 남녀가 일대일 데이트를 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상대의 진짜 얼굴은 가려진 채 짐승처럼 털 수북한 모습의 남녀가 서로 대화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 알아보는 콘셉트인데, 이미 2014년 영국 BBC에서 방송됐던 프로그램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이처럼 미디어 속에서 데이팅 예능이 제작되는 건, 그만큼 수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설문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실시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미혼남녀의 61%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 48%, 부정적 52%로 분석됐다. 성별로 보면 여성의 50.7%는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남성은 54.7%는 부정적으로 봤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이유로 ‘실제 상황이라 흥미진진해서’(44.4%), ‘대리 만족이 가능해서’(20.1%), ‘출연진이 매력적이어서’(13.2%) 순이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신선한 포맷’(44.3%)과 ‘매력적인 출연진’(38.3%)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패널들의 리액션’(7.3%), ‘영상미’(4.3%) 등의 의견도 있었다.


‘솔로지옥’ 김나현 PD 역시 프로그램의 매력으로 ‘매력적인 출연진’을 가장 우선 순위에 뒀다. 김 PD는 “출연자들이 가진 캐릭터의 결이 다르다. 출연자를 섭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자신감이다. 자신의 매력을 잘 알고, 솔직하게 표현을 하는 사람들로 모았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감정이나 스토리가 굉장히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그래서 다른 데이팅 프로그램에 비해 전개도 빠르고, 러닝타임도 길지 않게 압축적으로 만들었다. ‘핫’하고 솔직한 사람들이 만든 핫핑크 색깔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프로그램의 매력을 어필했다.


다만 데이팅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이들은 그 이유로 ‘현실성이 떨어져서’(35.3%),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30.1%),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겨서’(19.9%)라고 답했다.


이 같은 부정적 시선과 관련해 ‘연애정경’의 저자 박소정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보조연구원은 데이팅 프로그램을 ‘연애 전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연예인의 짝짓기는 시청자의 연애와 다소 동떨어진 환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중 2013년 JTBC ‘마녀사냥’부터 시청자가 직접 참여해 연애를 상담하고 코칭받는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면서 “시청자나 방청객은 수많은 이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연애 일대기를 고백했다. 자신의 연애를 자랑하기 위해, 또는 더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TV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또 박 보조연구원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를 인용해 “비연예인들이 대중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연애담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사적 자아’(private self)를 ‘공적 수행’(public performance)으로 전환시키는 행위”라며 “이때 연애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무언가로 제시하는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나 연애를 코칭해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우리로 하여금 자꾸만 연애를 보여주고 싶어 하도록 부추긴다”고도 분석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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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위 2022.01.07  02:33
    프리지아 사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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