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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에 떠넘긴 탄소세…'청구서 폭탄'이 두렵다 [조인영의 적바림]


입력 2022.01.25 07:00 수정 2022.01.25 05:1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탄소세 이름의 '탈탄소 청구서' 대선 이후 윤곽

기업 부담 불보듯 뻔해…현실적 대안 갖춰야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11월 1일(현지시각)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이벤트 캠퍼스(SEC)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탈탄소 청구서'가 올해부터 탄소세라는 이름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그동안 정부는 글로벌 수준에 걸맞은 탄소중립 정책을 이유로 '2050 탄소중립' '2030 온실가스 배출량 40% 이상 감축' 등 우리나라 여건에서는 따라가기 버거운 급진적인 수치들을 제시해왔다.


정부의 탄소 배출 시나리오대로라면 2050년 이전 내연기관차는 퇴출되고,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이 국토 전역에 빼곡히 자리하게 된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철강·석유 등 산업계의 우려가 빗발쳤지만 정부는 강경한 입장으로 일관하며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렇게 급진적으로 끌어올린 탄소 감축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기술 개발은 물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만도 수 십에서 수 백 조원의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보니 정부는 탄소 배출에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의 '탄소세'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실제 산업부·기재부·국토부·환경부 등 4개 부처는 지난해 3월부터 탄소가격부과체계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공교롭게도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 공개 시점을 지난해 말에서 대선 이후인 올 3월로 미뤘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상향 등 중간에 정책이 변경되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해졌다는 이유다.


정부의 해명에도 칼자루는 현 정부 임기까지 쥐고, 세폭탄 책임은 차기 정부로 넘기겠다는 '교묘한 꼼수'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탄소세 뿐 아니라 전기·가스요금도 대선 이후로 인상된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탄소세가 올 3월 이후 윤곽이 나오게 되면 기업들은 현 정부와 제대로 소통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막대한 청구서를 받아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막무가내식' 정책에 끌려다니다 '일방통행식'으로 탈탄소 청구서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


기업들은 탄소세 도입으로 '이중 부담'이 불가피해졌다. 이들은 이미 탈탄소 패러다임 변화에 발 맞춰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매년 수 백억원씩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수소, 연료전지, 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신사업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특히 탄소세와 성격이 비슷한 유류세를 오랜 기간 감당해온 정유사들은 '세금+세금'으로 부담이 더 커진다. 세폭탄에 휘둘리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에너지 정책 변화를 위한 탄소세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기업들이 세폭탄에 주저앉지 않도록 세금 활용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탄소세로 확보한 재원을 탄소 저감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나 기술 개발, 기술 전환을 위한 용도로 활용해 기업들이 탄소중립 시대를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기업들이 탄소세를 세폭탄이 아닌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국가 위상을 제고하는 데 쓰일 재원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정부의 현실적인 지원과 정책이 요구된다. 이것이 세폭탄 책임 회피라는 오명을 벗고 탄소중립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자세와 역할이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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