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톤 '역보' 설치구간만 붕괴…동바리 미설치와 함께 붕괴 영향
현산과 하청업체, 설계변경 규정 피하기 위해 철근 넣지 않고 콘크리트로만 역보 만든 정황
경찰, 26일부터 입건자 11명 가운데 현산 입건자들에 대한 본격 조사 예정
24시간 수색 2일차, 실종자 5명 수색 계속…인명구조견 23~38층 전체 탐색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원인이 무단 시공과 부실 공사 탓으로 지목됐다. 특히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고, 수십톤 무게의 '역보'를 무단 설치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추정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동바리 미설치와 역보 무단 설치가 주요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25일 밝혔다.
조사 결과 하청업체는 현산 현장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36~37층에 설치한 동바리(지지대)를 철거하고 사고지점 콘크리트 타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시방서에는 30층 이상이나 120m 높이 이상 콘크리트 타설 공사 시 아래 3개 층에 동바리를 대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아, 연쇄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여기에 '역보'(역 'T'자 형태의 수벽)를 무단 설치한 것도 붕괴의 주요 요인으로 주목했다. 원청 현산과 협의를 통해 하청업체는 공간이 좁은 PIT(설비 공간) 층 위에만 콘크리트로 역보 7개를 만들어 특수거푸집인 데크 플레이트를 올려 시공했다. 역보 7개는 수십톤의 무게가 추가로 부과할 수밖에 없는데, 39층 중 붕괴가 진행된 곳은 이 역보가 설치된 곳과 겹쳐 붕괴의 주요 요인이 됐을 것으로 지목됐다.
현산과 하청업체 측은 설계변경을 거쳐야 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철근을 넣지 않고 콘크리트로만 역보를 만든 정황도 의심된다. 원인 분석은 향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경찰은 우선 동바리 미설치와 역보 무단 설치가 붕괴에 영향을 미친 주된 과실로 보고 책임자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입건자는 총 11명으로, 현산 현장소장과 2공구 책임자, 감리,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이 이미 입건됐고, 추가로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받은 업체 관계자가 재하도급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경찰은 실종자 수색 작업 참여로 그동안 소환조사를 미뤄온 현산 입건자들에 대한 조사를 2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붕괴사고 15일째,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는 붕괴가 이뤄진 27층과 28층에서 24시간 수색 2일 차 탐색을 이어가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오전 6시 45분 기준으로 인력 214명, 장비 48대, 인명구조견 5마리, 무인비행장치 4대가 수색에 투입됐다.
소방인력은 인명구조견이 반응을 보인 27~28층을 중심으로 탐색작업을 이어가고, 인명구조견은 23~38층에 걸쳐 전체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27∼28층은 붕괴로 인해 발생한 아파트 내부 구조물 절개 면이 낭떠러지처럼 끊겨 구조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구조 과정에서 추락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난간(가드레일) 설치가 수색과 병행 중이다.
구조대는 벽체 등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는 지점은 가장 가까운 쪽 벽에 구멍을 뚫어 내시경 카메라로 내부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또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동료 구조팀과 관측조, 안전보건팀도 현장에서 운영된다.
소방청은 해외 대형재난 현장에 파견돼 구조활동을 했던 전문 구조대원 외 전국에서 활동하는 도시탐색 전문 구조대원을 추가로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1톤 굴삭기 등 소형 건설장비를 아파트 내부로 들여와 잔해물 제거 등 수색을 보조하고 있다.
건설장비 투입과 작업이 내부 구조물 추가 붕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 층 아래 3개 층에 임시 기둥을 설치했다. 임시 기둥 설치는 모든 층을 목표로 당분간 계속된다.
대책본부는 타워크레인 해체 착수를 기점으로 붕괴가 멈춘 22층에서 콘크리트 덩어리를 부수고 잔해물을 제거하며 지난 사흘간 수색을 진행했으나 실종자의 흔적은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