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 10%, 1189곳 이번주 중간개학…2월 11일까지 전국 40% 개학
학부모 "수업 진도 다 끝나서 수업도 안 해…시간만 때우다 하교"
교사 "남은 수업 일수 채우려면 어쩔 수 없어…학생안전 생각하면 등교 하지 말아야"
전문가 "코로나19 최악 상황, 전체 확진자 30% 소아·청소년…일부 아이들, 감염시 중증 발전 위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급격한 확산으로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은 가운데 전국 초·중·고교의 10%가 이번주에 개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대유행 상황에 등교를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단지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한, 시간만 때우는 등교라 학모들의 원성은 더욱 빗발쳤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최악을 앞두고 있다며 일부 아이들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주 중간 개학하는 초·중·고교는 전체의 약 10%인 1189곳이다. 설 연휴 이후 다음 달 11일까지 전국 1만 1754개 초중고교의 40%인 4730개 학교가 개학하고, 서울의 경우 다음 주까지 전체 초중고의 절반이 넘는 학교가 개학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상황에서 이를 반영한 학교 방역 지침을 설 연휴 이후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학교에는 혼란을 우려해 기존 방역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을 반영한 학교 방역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미크론 우세종에 따른 본격적인 확산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맞는 개학에 학부모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학부모들은 한 학년의 교육과정이 끝나 수업도 하지 않는데 왜 등교를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50대 주부 A씨는 "7일부터 나흘간 등교를 하게 됐는데 수업 진도도 다 끝났고, 학교에 가면 자습이나 영화 보는 걸로 시간만 때우다 온다"며 "방학 전부터 이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문 열기도 힘든 추운 날씨에 환기도 어려운데 급식까지 먹어야 한다"며 "왜 이런 힘든 시기에 등교를 강행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교육청에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고등학생 아이를 둔 정모(47)씨 "근처 학교는 벌써 등교를 한다고 들었다"며 "학원도 안 보내려고 하는데 굳이 등교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코로나19 상황에도 학교에 가는 것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등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가정으로 퍼지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이들 감염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기에도 개학을 강행하는 것은 정해진 학사 일정에 따라 남은 수업 일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 또한 학사 일정보다는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며 등교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모(30)씨는 "학사 일정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 수업 일수가 남아있는 학교가 개학을 하는 것"이라며 "일단 개학해서 아이들이 등교하게 되면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교에 가도 수업 일정이 끝난 곳이 대부분이라서 자습하거나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이들 안전을 생각해 등교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설 이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 늦다며 학교 방역을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전체 확진자의 30%가 소아·청소년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경증을 넘어 중증으로 갈 수도 있어 위험하다"며 "개학하면 급식도 해야 하고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경우가 생겨 교사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상황의 최악의 순간을 앞두고 있다"며 "교육부에서 코로나19만을 전담하는 학교 방역 담당 TF를 만들고 학교의 사정을 잘 아는 보건교사의 도움을 받아 위험도 분석, 대응 마련 등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월 개학도 2월 중순까지의 확진자 양상을 보고 개학을 진행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 같으면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서 정상적인 개학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이다. 앞으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며 "5~11세도 백신 접종을 식품의약안전처에서 허가해 줘서 접종 의지가 있는 경우만이라도 접종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